▶ 미국 국경 넘었다 추방된 아이티인들 절망·분노
아이티인 잔(28)은 가난한 조국을 떠나 칠레로 갔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남편, 3살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남미, 중미를 거슬러 오르는 2개월의 위험천만한 여정 끝에 마침내 미국 땅을 밟았지만 그는 결국 추방돼 5년 전 떠나온 아이티로 돌아와야 했다.
잔은 지난 19일(현지시간) 3대의 비행기로 텍사스주에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추방된 327명의 아이티인 중 한 명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잔을 비롯한 1만5천여 명의 아이티인들은 최근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간 후 텍사스주의 리오그란데강 다리 아래에서 거대한 난민촌을 이뤘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아이티인들에게 대한 임시보호지위(TPS) 부여를 18개월 연장하자 미국 정착 기대감을 품었으나, 새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었다.
너무 많은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제정된 추방 규정에 따라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추방된 이들 중 상당수는 몇 년 전 칠레, 브라질 등 남미 국가로 한번 이민했던 이들이고, 어린아이와 임신부 등도 다수였다. AFP는 19일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이들 중 절반가량이 5세 미만이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타국에서의 고된 노동과 험한 여정을 감수했던 이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절망감을 드러냈다.
스테파니라는 이름의 여성은 로이터통신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이티를 떠났다"며 "여기 일자리가 있었다면 다른 나라에서 이런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 아이티는 거듭된 자연재해와 치안 악화, 정치 혼란 등으로 국민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과 지난달 대지진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잔도 "여기서 일할 수 있었다면 절대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며 "대통령 집에 사람들이 들어가 죽일 정도인데 나라고 안심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민자들은 미국 이민자 수용시설로 옮겨진 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들을 동물보다도 못하게 취급했다"고 AFP에 말했다.
미국 문은 쉽게 열리지 않지만 새 삶을 찾는 아이티인들은 줄지 않는다.
멕시코 남부 국경에도 아이티인 수천 명이 발이 묶인 채 계속 미국행 북상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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