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행여 옆집에 들릴까 봐 신경을 쓰다가, 큰 집으로 이사가게 되면서 옆집에 들릴 염려가 없어 안심하고 즐겁게 불렀던 기억이 난다. 내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노래를 즐겨 부르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친정 아버지는 웬만한 가수보다도 더 노래를 잘 부르셨다. 그러나 나는 홀로 즐기긴 해도, 스스로 잘 부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남 앞에서 노래를 할 때는 소극적이었다.
홀로 노래를 부르는 버릇은 삶에 바빠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미국에 이민 와서 비즈니스를 하며 되살아났다. 가게 문을 닫고 남편과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때로 혼자 운전하며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레퍼토리는 서너 개인데 그 중에서도 애창곡은 ‘보리밭’이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 노래를 부르면 노래에 얽힌 젊은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1970년대 중반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결혼 적령기 때, 모처럼 서울을 떠나 경기도 지역에서 야외미팅이 있었다. 미팅을 주선한 친구가 시골길을 함께 걸어가는 중에 멋지게 가곡 ‘보리밭’을 부르자 친구들이 모두 따라 불렀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청명했고 시간은 노을이 지기 전의 늦은 오후였다. 젊은이들이 부르는 ‘보리밭’ 은 평화로운 농촌의 자연풍경과 잘 어우러졌다. 그날 그 장면은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고 지금까지도 생생한 추억이 되었다.
결혼을 한 후에 90년대 초반에 뒤늦게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로 유학간 그 친구는 결혼을 하고 독일에서 살고 있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만났는데, 정작 노래를 불렀던 그 친구는 기억조차 못했다.
‘보리밭’은 내 젊은 날의 싱그러움과 순수함, 아름다운 자연, 친구들이 떠올라서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내 푸른 청춘의 그 때 그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유영옥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