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남 4녀의 형제 중 둘째 아들이다.
그 비애는 오직 2남 4녀의 다섯 번째 자식인
둘째 아들만이 안다.
울 엄니는 장남에게만 사랑을 유산처럼 퍼부으셨다.
딸 넷에 아들 둘이니 아들로서의 사랑이 좀 있었겠다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장남 밑으로 딸을 셋이나 두셨으니
둘째 아들의 뒷바라지는 언제나 셋이나 되는 누나들 몫이었다.
내가 우리 집안에서 오로지 자식으로 대접 받는 경우는
울 엄니가 아버지를 미워하며 분풀이 대상으로
내가 우리 집안의 아버지 대신일 때 뿐이다.
다른 어머니들은 분풀이의 대상으로 바가지 따위를
이용하는 지 몰라도,
내가 형보다는 아버지를 좀 더 닮았다는 이유 때문인지
그때 만은 내가 이 집에서 아버지 가문의 대표로서
온갖 수모를 다 받아야 했다.
나는, 심지어 밖에서 동네 아이들과 다툼질을 할 때에도
울 엄니의 역성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한 번은 밖에서 싸움질을 하다가 엄니에게 야단맞으며
끌려서 집으로 들어와서,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아주 강력하게 항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는 그렇게 다른 아이 앞에서
나를 혼내키시던 울 엄니가
집안에 들어와서는 나를 보시면서
말없이 그냥 싱긋이 웃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싱긋 웃으시는 모습에서
모든 것을 깨달았었다.
아! 사랑이나 역성을 그 웃음 하나에서 깨달았었다.
<김인기 / 워싱턴 문인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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