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
최근 들어 취재차 인터뷰를 하게 되는 한인 업주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물류난에 각종 자재비가 급증하는 것도 힘든 상황인데 일할 직원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면서 표현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빼놓지 않고 업주들이 하는 또 다른 말이 이어진다.
“정부가 주는 실업수당 때문에 수입이 늘다 보니 나와서 일하기 보다는 집에서 쉬고 있다.”
일종의 인력난에 대한 업주 입장에서 내놓은 원인 분석인 셈이다.
과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력난이 급여나 실업수당과 같은 수입과 관련된 문제일까?
실업수당이 노동 의욕을 꺾어 인력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공화당 출신의 주지사들의 정치적 논리와 매우 유사하다. 이 논리를 근거로 전국의 26개 주는 지난달 6일 연방정부 추가 실업수당 300달러의 지급을 지난 6월에 전격적으로 종료했다. 그 결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인력난은 지속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연방노동부의 8일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일자리는 19만4,00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0만개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퇴직자의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8월 퇴직한 노동자의 수는 430만명으로 연방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퇴직자 수 430만명은 같은 달 일자리 수 1,044만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인 것과는 모순된 수치다. 한 마디로 기업과 업체들은 사람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반해 임금 노동자들은 선뜻 고용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지난 14일 ‘사라진 임금 노동자 430만명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기사에서, 뉴욕타임스(NYT)도 19일 ‘경제 회복, 여전히 노동자를 기다린다’라는 기사에서 인력난의 원인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두 신문이 내놓은 인력난 분석은 미국 경제가 겪고 있는 인력난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 현상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와 함께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 욕구를 꼽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유연한 근무 시간과 각종 혜택, 그리고 안전한 근무 조건 등이 직장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급여 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됐다.
이 같은 인식을 갖게 한 물적 토대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에 받은 각종 지원금으로 형성된 재정적인 여유다.
자녀 돌봄 문제도 인력난을 지속시키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학교들이 개학을 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온라인 가정 수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부모들의 일터 복귀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동 돌봄 서비스 시설 종사자들의 대거 퇴직으로 부족한 상황도 겹쳐지면서 부모들의 구직 활동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이비부모 세대의 임금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셧다운된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노후 자금 확보를 빌미로 아예 조기 은퇴에 들어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은퇴자 수가 36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예상 증가 규모인 15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과 일터 환경에 대한 반성이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노동 가치를 단지 더 많은 임금에 두는 것이 아니라 일터 환경과 복지를 통해 구현되는 데 방점을 두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사랑은 변하는 거니’라며 떠나간 사랑에 대해 원망했지만 한 통신사 광고에서 김민희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답한 것처럼 지금 임금 노동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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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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