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대출 100조…가계부실 ‘경고음’
올 대출 반년만에 14% 증가…카드·캐피털 2배
▶ 상위 5곳 기업대출 3분기에만 1조3,000억 늘어,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 넘은 수신도 급증
저축은행 대출 잔액이 1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자금이나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등의 지원이 종료될 경우 금리 상승과 맞물려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저축은행 대출자 3명 중 2명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이고 10명 가운데 4명은 저신용자로 나타났다.
◆가계·기업, 모두 저축은행 대출 급증=올 상반기까지는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은행권은 깐깐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만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헐거워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렸다. 올해 내내 지속된 코로나19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계층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저축은행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금융 당국 입장에서도 저축은행은 급전이 필요한 계층이 찾는 창구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은행처럼 고강도로 대출 규제를 할 경우 저축은행에서도 밀려나는 계층이 생길 수 있어 개입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부터는 기업대출이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주춤하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기미가 보이자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본격화했다. 그러자 저축은행들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개인사업자·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일례로 SBI·오케이·한국투자·웰컴·페퍼 등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기업대출 잔액은 15조 7,614억 원으로 3분기에만 1조 3,664억 원 증가했다.
특히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부동산 등 경기 위험도가 높은 업종에 대한 기업대출이 늘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기업대출(중소기업·개인사업자)은 담보를 설정하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대출을 내보내고 있어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저축은행의 개인·기업대출이 다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은 점점 좋아졌는데 그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도 좋아지고 심사 능력도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 금융권 중 대출 증가율, 다중 채무자 비중 최고=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전 금융업권 중 최상위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6월 기준 지난해 말 대비 대출 채권 증가율을 보면 저축은행이 13.9%로 은행(4.7%), 카드(6.9%), 캐피털(7.9%)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도 전년 말 대비 저축은행이 6.4%를 기록하며 은행(5.5%), 캐피털(3.3%), 카드(1.8%) 등을 제치고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취약 계층이 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른 권역과 다르게 고정 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분할 상환도 이뤄지고 있어 금리가 오른다고 큰 충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 등 외형 확대 정책이 잠재 부실 요인이 되지 않게 선제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축은행발 다중 채무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백철 한국신용정보원 팀장과 이팽흠 예금보험공사 팀장이 예보 ‘금융 리스크 리뷰’에 공동으로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업권의 다중 채무자 비중은 67.6%에 달했다.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들의 저축은행 신용대출액은 전체 채무의 약 78.1%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의 77.2%보다 0.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취약한 다중 채무자의 상환 여력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중 채무자의 평균 신용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신용도가 내려가거나 7등급 이하 저신용 상태에 머물러 있는 차주 비중도 매년 41% 내외로 높다.
저축은행권에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 원 이상을 맡긴 수신도 급증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금리 인상기에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는 심리가 더해졌고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쌓인 부실 이미지가 다소 해소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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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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