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지ㆍ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성지(왼쪽)·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심장의 여닫이문인 승모판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클립을 이용한 시술을 시행하면 뇌졸중 등으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매일 10만 회 정도 뛰는 심장의‘여닫이문’인 승모판막(僧帽瓣膜ㆍmitral valve)이 퇴행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승모판막 폐쇄부전증’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이 질환에 노출되면 피가 역류해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 등 운동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게 된다. 방치하면 심부전ㆍ부정맥으로 이어져 뇌졸중에 걸리거나 돌연사할 수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시술로 치료하는 한주용ㆍ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판막중재시술팀 순환기내과 교수팀을 만났다. 한·박 교수팀은 고위험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으로 인해 혈액이 역류하는 환자와 박출률 저하 심부전이 동반된 이차성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에게‘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ㆍTEER)’을 시행하고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심장은 4개의 방ㆍ실(좌심방ㆍ좌심실ㆍ우심방ㆍ우심실)과 4개 판막(승모판막ㆍ대동맥판막ㆍ삼첨판막ㆍ폐동맥판막)으로 이뤄져 있다. 판막은 방 사이의 문(門)으로, 열리고 닫히면서 혈액이 일정하게 흐른다. 심장판막 질환은 4개 판막이 제대로 열리거나 닫히지 못해 발생한다. 심장판막이 열리기는 하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폐쇄부전증, 판막이 좁아져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이라고 한다.
폐쇄부전증은 4개의 심장판막 가운데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막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승모판막은 아주 가는 끈이 40~50개 연결돼 있어 심장 수축ㆍ이완에 의해 당기고 풀어지면서 닫히고 열린다. 이들 끈이나 주변 구조물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매일 10만 회 정도 뛰는 심장이 나이 들면서 승모판막이 퇴행성 변화로 여닫이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혈액 역류로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 등 운동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게 된다. 방치하면 심부전ㆍ부정맥이 생겨 가만히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고 뇌졸중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유전적 원인으로 20대 젊은이도 안심할 수 없다. 국내 환자는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획기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는데.
그동안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나 가슴을 열어 3, 4시간 동안 시행하는 개흉술(開胸術)로 낡은 판막을 다듬거나(성형술)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방식(치환술)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심장학회는 심장 판막 자체는 문제없지만 심부전증ㆍ부정맥 등으로 심장이 비대해지고 승모판막이 늘어난 ‘기능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는 TEER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2021년 미국심장학회지(JACC)에 실린 TEER 효과를 입증한 ‘COAPT 연구’ 결과 등에 따른 것이다. COAPT 연구는 미국ㆍ캐나다 등 76개 의료기관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던 2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 614명을 대상으로 TEER와 약물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TEER 시술과 약물을 병행한 환자군은 3년 이내 재입원하는 비율이 35.5%에 그쳐 약물 치료군(68.6%)보다 크게 줄었다. 3년 이내 사망률도 TEER 시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한 환자군은 42.8%로 약물 치료만 받은 환자군 (55.5%)보다 13%포인트 줄었다.
가슴을 열지 않는 TEER 시술은 가느다란 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 올린 뒤 3차원 심장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고장 난 승모판막 부위의 전엽과 후엽 승모판막을 클립(clip)으로 고정해 접합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클립은 크기가 작고 한 가지밖에 없어서 벌어진 판막을 고정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크고 길어진 4가지 종류의 클립이 나와 시술 시간도 평균 2시간으로 줄여 2, 3일 뒤에 퇴원이 가능해졌고, 꼭 맞는 클립을 택할 수 있어 환자에게 쓰는 클립도 줄었다. 다시 말해 클립 하나만 있을 때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클립 2, 3개를 쓰기도 했는데, 환자에게 적합한 클립 하나만으로 시술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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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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