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유럽 러 중앙은행 자금 동결
▶ 6,300억달러 중 4,000억달러 묶여
러시아 재정은 원유와 천연가스 비중이 높은 에너지 의존 경제다. 전체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에너지 수출대금이 없다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한다. 러시아는 배럴당 국제유가 50달러 수준에 맞춰 그 이상의 수출대금은 외환보유고에 넣어 비축해 왔다. 이렇게 모인 보유외환은 6,3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수위를 다툴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견뎌낼 버팀목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의 제재에도 푸틴은 막대한 보유외환의 27%(1,350억 달러)를 풀어 외환시장을 방어하고 지지세력과 기업을 지원했다.
하지만 푸틴의 계획은 미국과 유럽이 중앙은행 제재란 강수를 두면서 무산됐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금을 동결한 조치다. 보유외환 6,300억 달러 가운데 동결을 피한 것은 600억 달러 수준의 위안화, 1,320억 달러에 달하는 금이었다. 이마저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직접 보유 중인 120억 달러에 불과해 루블화는 이미 30% 넘게 폭락했고, 국가신용등급은 정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루블화 폭락에 따른 고금리, 고물가의 대가는 평균 월급 450달러에 불과한 러시아 국민들이 치러야 한다.
붕괴된 금융시장을 놓고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떠올리는 전문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와 민간채무는 4,900억 달러로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부채는 1,700억 달러 수준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상환 압박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냉전이 해체된 1991년의 충격에 비교했다. 당시 러시아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 3조2,000억 달러 수준에서 1조5,000억 달러로 내려왔고, 회복에만 15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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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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