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독거노인이 운명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공자도 비켜 가지 못한 허무의 시간이 엄습하는 하루하루 속에 “사람이 100세를 살다 보니…” 에세이가 102세의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영혼의 나래를 타고 세상에 전해졌다. 그것도 우리 동네 페어팩스 카운티의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감격과 경외의 마음을 올리고 싶다.
65년 전 교수님의 첫 강의 시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명한 철학 ‘고독의 병’, 당시 정서의 샘이 넘치는 20대의 나에게 기다림의 고독, 낭만의 고독을 던져 주셨고 지금 80세 내리막 길 위에 나만 있고 네가 없는 상실의 고독을 펼쳐 놓으셨다. 밥 중에 더러운 밥이 눈칫밥이라고 했고, 병중에 무서운 병이 고독병이라고 했던가. 처자식도 못 알아보고 내 얼굴도 내가 못 알아보는 비참한 치매를 가져온다고 세상은 사정없이 내뱉고 있다.
만물은 어둠을 짊어지고 밝음을 품는다. 5월은 5월의 장미가 있고,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있듯이 노후는 노후의 축복이 있다고 한다. 노후의 축복? 캄캄한 비극의 세대 1960년, 창백한 청춘, 고달픈 청춘, 이야기거리가 없는 청춘이 한 줌의 열매도 맺지 못하고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장수 세대로 밀려났다.
초점 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창문을 내다보는 삼식이의 눈칫밥 신세.
세월의 빛이 흐려지면서 그리움만 쌓이는 고향, 옛 친구, 흘러간 세월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Where well, There home)’. 지금 내 옆에 언제 별안간 영영 떠날지 모르는 해방 갑장 내 친구들 손 한번 더 잡아보면서 오늘 이 시간을 평화롭게 보내자.
사랑과 우정은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가장 값진 열매라고 했다. 휘날리는 백발은 하느님의 은총이며 인생의 면류관이라고 했다. 휘날리는 백발엔 하느님의 부르심의 손길이 나부끼며 그 손길을 바라보는 인생의 연민이 보인다.
봄철의 사랑은 모두 무죄, 바야흐로 봄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슬로우 슬로우 퀵퀵 브루스의 리듬에 고독이여 안녕. 내가 너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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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광 알렉산드리아,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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