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갑자기 어지럽다가 몇 분 만에 사라지면 무시하기 쉬운데 이런 증상은 뇌졸중의 전조인‘미니 뇌졸중’ 증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온몸을 순환하는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腦卒中ㆍstroke)이 생긴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4위에 오를 정도로 위중한 질환이고‘돌연사의 주범’이다(통계청, 2020년).
뇌졸중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거나 반신 마비ㆍ언어 장애ㆍ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으므로 예방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른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치료 전문가’인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뇌졸중 치료는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며 “5~10분 차이가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뇌졸중을 설명하자면.
뇌졸중에는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다. ‘경색(梗塞)’은 막힌다는 뜻이므로 뇌경색은 어떤 이유로 뇌혈관이 막혀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뇌세포가 죽게 된다. 반면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오는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뇌 속에 피가 고여 뇌 일부가 손상되고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킨다. 뇌졸중 가운데 뇌경색이 80~85%, 뇌출혈이 15~20%를 차지한다.
뇌졸중의 주요 전조 증상은 △갑자기 어지럼증, 반신마비, 반신 감각 이상, 안면 마비(이마 주름에는 이상이 없지만 얼굴 좌우 모양이 달라짐) △말이 어눌해지는 발음장애, 말을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 △시야장애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複視) △극심한 두통 △식사하다가 갑자기 손에 힘이 빠져 수저를 떨어뜨리는 증상 등이다. 이런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므로 서서히 악화되는 증상은 뇌졸중일 가능성이 낮다.
간혹 이런 증상이 금방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뇌혈류가 일시적으로(몇 분에서 24시간 이내) 줄어들었다가 회복되는 ‘일과성(一過性) 허혈 발작’일 가능성이 있다. ‘미니 뇌졸중’으로 불리기도 한다. 작은 혈전이 혈관을 막았지만 저절로 녹아 뇌 손상 전에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뇌졸중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빨리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일과성 허혈 발작은 전체 뇌졸중의 10~20% 정도를 차지한다.
-뇌졸중은 왜 발생하나.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뇌경색은 △혈관 벽 내부에 지방 성분이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서 생기는 ‘동맥경화성 뇌경색’ △부정맥과 심장판막 문제로 다른 혈관에서 생긴 혈전이 혈류를 타고 이동해 뇌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색전성 뇌경색’ △큰 혈관에서 파생되는 뇌의 미세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열공성 뇌경색’ 등이 있다.
뇌출혈은 △고혈압 등으로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 속에 피가 고이는 ‘뇌 내 출혈’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腦動脈瘤) 등 혈관이 터지면서 뇌를 감싸고 있는 지주막(蜘蛛膜ㆍ거미막) 아래 피가 고이는 ‘지주막하 출혈’ 등이 있다.
-뇌졸중은 어떻게 치료하나.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를 주사하거나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혈전용해제는 뇌경색 발병 4.5시간 이내에 정맥을 통해 주사하는 것으로 간편하고 효과적이지만 4.5시간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 4.5시간이 넘으면 뇌출혈 위험이 늘어나 혈전용해제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재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혈전용해제는 정맥 내로 투여하므로 용해제가 뇌혈관뿐만 아니라 온몸에 작용한다. 따라서 출혈 가능성이 높은 환자나 최근 수술받은 환자에게도 사용하기 어렵기에 이때에는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스텐트 등 의료 기구를 혈관으로 집어넣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이전에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 효과를 의심했지만 최근 많은 방법과 의료 기구가 개발되면서 여러 임상시험에서 6시간 이내 혈전제거술이 급성 뇌경색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되면서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16시간과 24시간 이내의 급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도 혈전제거술 조건이 맞는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되면서 골든 타임을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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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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