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ying in H Mart 미셸 자우너 저
저자 미셀 자우너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로 활동하는 음악인으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하여 오리건 주 유진에서 성장했다. 2014년 암투병 중이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상실감을 주제로 쓴 에세이를 뉴욕타임즈에 기고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그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그녀의 첫 책이 Crying in H Mart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되었다(한국어 제목은 ‘H Mart에서 울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H Mart에 가면 꼭 울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 그녀는 이제 혼자서 마트를 간다. 마트에는 엄마와의 추억이 곳곳에 서려 있어서 그녀를 더욱 서럽게 한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보던 행복했던 시절이 자꾸 떠올라 그녀는 진열대 사이에서 엄마 생각을 하며 그만 울고 만다.
이제는 어떤 김이 제일 맛있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맛있어?”라고 물으며 엄마가 해주던 한국음식을 더 이상 먹어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식료품점은 단순히 식재료를 사는 공간일뿐 아니라 정서적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장소이다. 거기서 우리는 음식에 얽힌 옛날의 향수에 젖고 어릴 적에 먹었던 과자와 음료수들이 아직도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며 추억을 소환한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 음식에 얽힌 기억과 애착은 질기고 강한 것일지 모른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먹었던 음식들, 할머니와 엄마가 차려 주셨던 밥상을 우리는 쉽게 잊지 못한다.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지 못해도 생일날이면 새벽부터 미역국을 끓이고 자식들 먹이는 일에는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엄마들, 그런 엄마의 독특한 사랑을 저자는 한국음식의 풍미와 함께 유려하고 솔직한 문체에 담아냈다.
책의 서문을 읽자마자 ‘아,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구나’ 생각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그렇게 공감할 것이다. 음식을 할 때 계량을 하지 않는 엄마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나 또한 돌아가신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렸고 그분들이 해주신 모든 음식을 먹고 자란 유년시절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러웠고 또한 그분들을 그리워 하는 마음에 슬퍼졌다.
저자는 엄마의 부재를 통해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엄마에게 받은 사랑이 자신 안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고 감사하는 일, 그리하여 큰 슬픔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며 다가올 삶의 파고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한국음식을 통하여 그녀의 엄마로부터 그녀에게 전해진 사랑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엄마에게 헌사했다. 영어로 출간된 책이지만 헌사에는 Mom이 아닌 “For 엄마”라고 한국어로 표기했다.
세상을 떠나도 모든 엄마들은 언제나 딸들의 핏줄 속에 살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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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은 <시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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