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절기 중 가장 엄숙하고 경건하게 보내야 하는 기간이 예수의 수난과 죽으심을 기념하는 사순절이다. 그 절정이 부활주일 3일 전에 맞이하는 금요일,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성 금요일'이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금년은 4월15일이다.
인류 역사에 가장 참혹한 죽음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죽음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 그 보혈을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신다. 믿으면 누구든지 구원을 받는다. 이것이 기독교의 핵심이고 본질이다. 신비함이다. ‘존귀한 보혈, 그 보혈이 우리 영을 새롭게 하신다.' 성 금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 분의 은혜를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해 드리려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유흥이나 호화로운 생활을 절제하자. 희생과 봉사에 참여하며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금식하며 기도하자. 지난 날 덜된 신앙 부끄러운 신앙생활을 괴로워하며 고백하고 회개하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사람 라케를뢰프가 쓴 ‘진홍빛 가슴새' 라는 작품이 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날짐승과 길짐승과 꽃 나무 풀포기까지 만드신 다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시던 때다.

날이 어두워지던 무렵 깊이 생각하신 하나님이 작은 잿빛의 새 한 마리를 만들어 내시고 “네 이름은 진홍빛 가슴새야" 라고 말씀하셨다. 새가 묻는다 “제 몸은 잿빛 털로만 덮여있을 뿐인데 왜 진홍빛 가슴새 라고 이름을 지어주십니까?"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는 가슴에 빨간 털을 받게될 수 있단다." 그 후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드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하루가 왔다.
그 날도 한 마리 어미새가 새끼들에게 진홍 털을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다가 죽어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상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잿빛 가슴새네 둥지 옆 언덕 위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가엾은 사람이 눈에 뜨였다.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그 사람의 이마에서 핏방울이 잇달아 흐르는 것을 보았다.

잿빛의 작은 어미 새는 깊은 동정심으로 견딜 수가 없어 둥지를 떠나 십자가로 날아갔다. 한 번도 사람 가까이 가보지 못한 작은 새가 용기를 내어 사람에게로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주둥이로 힘들여 뽑았다.
그러자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그 분의 핏방울이 잿빛 어미새의 가슴에 떨어졌고 그 분이 십자가에서 입술을 움직여 작은 어미새에게 속삭여주셨다. “너의 조상이 세상 첫날부터 애써 구해온 것을 너는 그 친절한 마음씨 하나로 기어이 얻어 냈구나." 어미새는 깜짝 놀라 얼른 샘물에 가서 멱 감아 보았지만 그 가슴의 진홍빛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그후 태어나는 모든 아기새들의 가슴에서 진홍빛 털이 나서 빛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빛깔은 끊임없이 태어나는 진홍 가슴새의 목과 가슴에서 빛나고 있다. 우리도 예수님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뽑아드리자. 그러다 떨어진 그 분의 핏방울에 물들어 가슴이 진홍빛으로 빛나는 성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석규 /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