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 햇살에 은색 누리가 더 눈부시다.
향긋한 모닝커피를 들고 창가에 다가섰다. 시야에 들어오는 설경이 너무 아름답다. 밤새 핀 눈꽃들이 나뭇가지마다 소복소복 황홀하게 했고 때묻은 대지를 새 하얗게 표백하여 답답하고 울적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 것 같았다. 언뜻 포근한 눈 속에 고향을 그리며 유년의 아련한 추억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철없이 눈 속에 뒹굴며 흥겨웠던 때가 어제 같건만 어느덧 환갑 지나 고희를 벌써 넘어 노을 진 들녘에 서있는 외로운 사슴 같은 야릇한 마음을 갖게 한다.
자녀들도 다 성장하여 떠났기에, 빈둥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이곳으로 이사온 지도 10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다. 여생을 한가롭고 조용한 곳에 살려고 옮겼다. 넓은 뒤뜰 담장 너머로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며 피라미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살랑살랑 꼬리 치는 모습이 예쁘다. 넓은 대지는 나무 숲이 우거져 인적이 드문 산간벽지에 외로움마저 적막감마저 느끼게 한다.
넓은 땅 텃밭에 힘들게 가꿔 놓은 채마(菜麻) 밭에 언제 어디로 들어 왔는지 당당하게 사슴, 토끼, 다람쥐들이 방문하여 자유롭게 상추, 고추, 토마토, 농작물을 거덜 낸다. 꼭 내 것을 내가 먹는데 눈치 보는 일도 없다. 악의 없고 순진한 이들이 오히려 정겹고 다정스럽다. 이제는 함께 사는 한 식구로 생각한다. 이들이 있어 우리 집이 평화의 동산으로 꾸며 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늘 앞만 보고 분주하게 살아 온 이민 생활에서 은퇴하고 조금은 내 시간을 만들 수 있고 마음의 여유를 챙길 수 있어 편안한 마음이 든다.
누가 말했는가. “행복은 마음에 있다고" 감사하게도 요즘은 내 마음에 행복의 씨가 돋아난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일들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봄이 왔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에서 봄을 알리는 싱그러움을 느낄 것이다. 파란 들이 들어나면 텃밭을 일궈 거기에 갖가지 채소를 심어놓고 그네들을 불러들여 전원 교향곡을 연주하며 행복한 에덴 동산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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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포토맥문학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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