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엄마는 돌 지난 막내아들을 하루 밤 사이에 급성 폐렴으로 잃어버렸습니다. 자식을 잃어버린 엄마의 뼈아픈 슬픔을 이 아들은 오늘까지도 생생한 기억 속에 박혀 있습니다.
살빛이 하얗고 포동포동 가장 예쁜 아들이었는데... 아들을 허망하게 보내 버린 엄마를 나는 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된 핏발로 가득했고 쉼없이 흘러내리는 피눈물은 두 뺨을 타고 흘러 가슴의 옷깃을 흥건히 물들이셨습니다.
분신 같은 아들을 땅에 묻고 돌아왔던 엄마는 땅거미가 지는 초저녁에는 밖에 나가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아이고! 내 아들아... 밤이 어두운데 어찌 지날꼬? 엄마가 곁에 있으마...’ 온 몸이 밤이슬로 눅눅하게 젖어 쓰러진 엄마를 아버지는 집으로 이끌어 오시곤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나는 당신의 젖가슴을 움켜잡으며 또 눈물을 쏟아 냅니다.
벌컥벌컥 어미젖을 빨아야 할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의 상실의 아픔을 누가 알까? 엄마는 북받치는 슬픔과 함께 불어난 젖가슴을 풀어 뽀얀 젖 국물을 꾹꾹 짜서 그릇에 담았습니다. 엄마는 그 젖 그릇을 들고 아들의 무덤을 향해 재빠르게 나섰습니다.
큰 아들인 나는 가까이 따라나서지도 못하고 먼발치로 엄마를 쫒아갔습니다. 공동묘지에 묻힌 아들의 무덤 위로 엄마는 젖 그릇을 이리저리 뿌리면서 울부짖었습니다. ‘여깃다... 많이 먹어라...’ 엄마는 아들의 작은 무덤을 가슴에 품고 얼마를 통곡했는지 모릅니다.
제 어머니는 동경에서 태어나 동경여상을 졸업하셨습니다. 7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집을 비우고 장사하러 나선 어머니 대신 십대 가장 역할을 톡톡하게 치르셨습니다. 주산 1급의 자격으로 동경 미스꼬시 백화점 경리직원으로 취업 중에 모국의 광복을 맞고 귀국했답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와 중매결혼 후에 스무살에 큰 아들인 저를 낳아 주셨습니다. 평생에 선거와 정치 밖에 몰랐던 남편의 선거 빚 뒷바라지는 평생 어머니의 팔자라고 했습니다. 언제나 빚에 시달리시면서도 아들들의 교육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끼니는 굶겨도 학교는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해보지 않는 일이 없었습니다. 여관업, 식당업, 구멍가게를 하시면서 국화 풀빵도 구워 파셨고 몰래 밀주를 담가 파시기도 하셨습니다.
철없는 아들들 학교 수발하느라고 당신의 피를 뽑아 팔기도 했습니다. 너무 많이 뽑아 길에 쓰러져 낯 모르는 행인의 등에 업혀 집에 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네 아들들을 목사와 실업인으로 의사와 교수로 키워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30년 이상을 기도와 섬김으로 살아오셨습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푸짐한 도시락을 싸 들고 군포 청소년 교도소의 신앙의 양아들을 찾아 섬기셨던 어머니. 당신이 섬기시던 강변교회 건축헌금을 채우시려고 자식들 몰래 베이비시터 하시다가 허리가 부러져 누우셨던 어머니...
평생 회복 불능이라는 진단을 받고서도 기도와 믿음으로 한 달 만에 일어서신 오뚝이 어머님... 어릴 때 사셨던 동경 신주꾸를 보시겠다고 나들이 하셨지만 몸이 아파 호텔에만 계시다가 오신 어머니는 그 길로 병석에 누워 70세 초반에 주님 나라로 먼저 떠나셨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부모를 공경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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