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고한 생명 7명을 희생시키고 수십 명을 다치게 한 무차별적 총기난사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시카고 교외의 조용한 백인 동네에서다. 범인은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21세 청년으로, 수사 결과 총기 5정을 합법적으로 구입하고 몇 주 전부터 총기난사를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건물 지붕에서 공격용 살상무기인 AR-15 돌격소총을 70여발이나 난사하고 여장을 한 채 도주하려했다니 참담하기가 그지없다.
미국에서 총기폭력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총기난사 사건들을 보면 이제는 지역이나 인종, 연령 등에 관계없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총기폭력과 관련해서는 단일 사건으로 4명 이상이 죽거나 다칠 경우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분류하는데, 이같은 매스 슈팅이 올해 들어서만 무려 314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 1건 꼴을 넘어 하루 평균 1.6건이 발생한 셈이니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이제 일상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충격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지만, 이같은 비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시행되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난번 텍사스주에서 초등학생 2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발디의 비극 이후 연방의회에서 총기규제 강화법이 겨우 통과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여전히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미국사회를 법적으로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연방 대법원마저 지나치게 우익으로 경도돼 최근 총기규제 강화에 역행하는 판결까지 내린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총기폭력의 고리를 끊고 이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은 인명을 한꺼번에 살상할 수 있는 총기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번 총기난사에 사용된 AR-15 소총은 사실 전쟁용 무기나 다름없다. 아무리 총기소지의 자유가 중요하다 해도 전쟁터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민간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소지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루 빨리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와 함께 더 광범위한 신원조회 등 근본적으로 확실한 총기규제법이 마련돼 통과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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