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낮없이 로켓포 쏴대” 상황 격화, 5개월 구금 원전 운영자도 피로도
▶ 42개국 “러, 원전 돌려줘라” 성명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자 방사선 누출을 우려한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5개월 넘게 러시아군에 의해 구금된 채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성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자포리자 원전 인근 마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교전이 격화하자, 이 지역을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의 드미트로 오를로프 시장은 NYT에 “러시아군이 도시 외곽에서 밤낮없이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를 쏴대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이날만 적어도 6개의 포탄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 떨어져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자포리자 원전은 올해 3월 초 러시아군의 손에 들어갔지만 운영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이 맡고 있다. 100명의 직원이 러시아가 원전을 장악한 5개월 넘게 이곳에 갇혀 근무 중이다. 오를로프 시장은 “일부는 고문을 당하는 등 남겨진 기술자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직원들은 교대 근무를 계속하면서 가족들을 내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인근이 격렬한 전쟁터가 된 것은 러시아가 원전을 우크라이나 남부를 공략하기 위한 군사 기지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는 원전 위험성 때문에 그동안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장악한 원전 인근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날 연설에서 “원전을 공격하거나 엄폐물로 사용하는 모든 러시아군은 우리 군의 특별 표적이 될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원전 폭발 위험성이 커지자 유엔은 원전 일대를 비무장지대로 만들자고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원전의 비무장화가 아니라 휴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원전 탈환 공세가 거세질 경우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폭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현재 원전 인근에서 벌어지는 교전 책임 역시 우크라이나 측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과 EU, 한국 등 42개국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운영권 반납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 국가는 “핵시설에 장병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안전·안보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 모두 준수하기로 약속한 안전 수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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