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개 도시 “푸틴 위해 못 죽는다” 7개월 만에 처음 전국 규모 시위
▶ 인접국 탈출 행렬에 항공편 동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전역이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다. 졸지에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 이들과 가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전쟁 반대” 구호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징집을 피해 국외로 도피하는 ‘엑소더스’ 행렬도 불어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려고 내놓은 승부수가 도리어 사회 혼란과 국민적 저항을 부른 자충수가 된 셈이다. 억눌렸던 민심이 본격 분출하기 시작하면 푸틴 대통령이 유례없는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권단체 ‘OVD 인포’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징집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1,400명 가까이 체포됐다. 수도 모스크바에선 502명,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524명이 구금됐다. 시민들은 “푸틴을 참호로 보내라” “푸틴을 위해 죽을 수 없다” “우리 아이를 살려 달라”고 외쳤고,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후 전국 규모 시위가 일어난 건 7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징집령에 대한 공포와 반발심이 크다는 얘기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러시아군을 비판하면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여론을 강력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징집령 반대 청원 운동에 하루 동안 30만 명이 서명했고, 러시아 인권단체 아고라에는 징집 관련 문의 전화가 6,000통 넘게 걸려 왔다. 검색 사이트에선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 피하는 방법’ 등 병역 회피 법 검색도 급증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수감 중 촬영한 영상 성명에서 “범죄적인 전쟁이 더 악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반전단체 ‘베스나’도 “우리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던져질 것”이라며 “대체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라고 규탄했다.
예비역 남성들은 국외 탈출에 나섰다.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가는 항공편 좌석은 이미 동났고, 두바이행 티켓은 17만 루블(약 400만 원)로 가격이 8배 이상 뛰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 몽골, 조지아 국경 검문소에도 육로로 러시아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최근 러시아인 입국을 금지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처럼 다른 국경도 언제 닫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선 국경 상황과 출국 방법이 다급히 공유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땅을 넓혀갈때는 뭐를 해도 좋다고 모른척하다가 징집한다니까 난리네. 뭐든 댓가가따르는 법이다. 남에 눈에 눈물 나게하고 자기들은 아무일도 안생길줄 알았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