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첨단 장비 등 수출 통제 불구
▶ 중, 최근까지 통제망 우회 통해 인텔·엔비디아 반도체 상당 확보
수출이 금지된 미국산 반도체가 중국 최고 핵무기 연구기관에 공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지난 2년 6개월 동안 10여 차례 이상 미국 반도체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용 반도체 수출통제망 옥죄기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 조달 문건 검토 결과 “CAEP가 2020년 이후 최근까지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의 반도체를 상당 분량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950년대 후반 중국 쓰촨성에서 설립된 CAEP는 중국 최초 수소폭탄 개발에 일조하는 등 핵개발 관련 핵심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핵활동 때문에 1997년부터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하지만 CAEP에서 발간한 연구논문을 분석했더니 지난 10여 년간 최소 34건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연구에 사용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조달서류 검토 결과 데이터센터와 개인용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중국 내 재판매업자를 통해 CAEP에 공급됐다.
예를 들어 CAEP가 구매한 인텔 제온골드나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반도체 칩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 중 하나인 타오바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11월에만 CAEP가 인텔 프로세서 60개, 엔비디아 칩 49개를 조달했다.
WSJ는 “반도체 중 일부는 전산시스템 부품으로 조달됐고, 많은 부분은 핵폭발 모델링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 사용되는 계산유체역학 연구를 위해 구입했다”라고 전했다. CAEP가 조달한 반도체는 대부분 7~14나노미터(1나노는 10억 분의 1) 크기로, 중국이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 것이 많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행정부는 최근 몇 년간 미국산 첨단 기술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여러 통제 조치를 추가했다. 지난 27일에는 네덜란드, 일본과 협의를 하고 이들 두 나라도 대중 반도체 제재 대열에 동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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