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응달에도 꽃이 피고 산청 무덤에도 꽃이 핀다 얼어붙었던 산청 개골창에도 꽃이 핀다 산기슭 한 뭉텅이가 풀썩, 무너져 내린다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누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어, 봄이 오면 또 산청 언덕에 새 무덤이 생겨난다 무덤 없는 산언덕은 볼품없는 언덕이다 축사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이고 또 고인 저수지, 눈이 뻘건 잉어는 아직도 살아서 입을 뻐끔거린다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농부는 또다시 빈 논에 물을 잡고 있다(물을 잡다니? 여자도 아니고 택시도 아니고 물을!) 아직 울음이 익숙하지 못한 산청 개구리들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꾹꾹 첫울음을 울어보고 있다
‘산청의 봄’ 유홍준
봄볕이 겨울왕국의 얼음 문을 노크하면, 가장 연약한 것들이 달려 나온다. 방금 움튼 씨앗부터 묵은 알뿌리의 새순까지 나선다. 가까스로 나오는 게 아니라 힘차게 흙덩이를 들추고 나온다. 응달에도 무덤에도 개골창에도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나온다. 산청 개구리들은 와글와글 조만간 득음에 성공할 것이다. 얼음 천정이 열린 호수 위로 물고기들이 튀어오를 것이다. 반칠환 [시인]
<유홍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