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 전투기와 충돌한 후 흑해에 추락한 미국 무인기(드론)의 잔해를 일부 수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 공용 주파수 대역을 모니터링하던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HAM·햄) 동호인들이 러시아군의 실시간 통신 내용을 포착해 녹음한 파일을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동호인들은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와 충돌한 미군 MQ-9 '리퍼' 드론이 흑해에 떨어진 지 8시간 뒤인 14일 오후 3시 15분부터 약 네 시간에 걸쳐 추락 현장에 급파된 러시아 측 선박과 항공기 승무원들이 나눈 대화를 녹음했다.
먼저 '지부키'란 호출명을 쓰는 남성이 '요지크'란 이를 호출하며 "얼마나 많은 부품과 파편을 건졌는지, 어떤 부분인지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알았다"고 회신한 요지크는 다른 이들을 상대로 확인을 시도하고, 이어 '알페신'이란 호출명의 누군가가 등장해 "(드론) 프레임의 세 부분 정도를 건졌고, 더 찾아보려 앞으로 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잠시 후인 오후 3시32분께 알페신은 "(엔진) 덮개의 앞부분, 연료탱크를 수거했다"며 "이건 날개 덮개 혹은 날개 자체인 것 같은데 아직 확실치 않다"고 덧붙인다.
배에 연료가 부족해 해안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거나 스트렐레츠카야 만을 지나고 있다는 언급, 일부 선박이 세바스토폴 부두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등도 나왔다고 NYT는 덧붙였다.
NYT는 "이 교신은 이례적으로 군인들이 전시인데도 필터링되지 않은 상태로 통신을 나눈 내용이 포착된 것"이라며 "러시아 군인 일부가 암호화되지 않은 개방형 전파 채널을 계속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YT는 도청된 내용 일부는 전파 간섭과 군용 암어로 인해 해독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만, 전체적인 대화 내용에 비춰볼 때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관련한 잔해가 수거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7일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러시아 측이 드론 잔해를 수거하더라도 역설계 등으로 미국의 기술을 빼내는 데는 별다른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이달 14일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 감시임무를 수행하던 미군 무인기가 포착되자 SU-27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위협비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무인기 후미의 프로펠러가 손상됐고, 미 공군은 해당 드론을 추락 처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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