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도위기 국가에 연 53조원 대출, IMF 89조원 대출과 맞먹는 규모
▶ 국제 큰손 역할 ‘달러 패권’ 도전, “고금리 차관, 부채의 덫” 우려도
이른바 ‘차이나 머니’의 위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부도 위기에 처한 신흥 국가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늘려 최대 채권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맡아 왔던 ‘최종 대부자’ 지위까지 넘볼 정도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달러 패권’을 깨고,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2000~2021년 부채에 허덕이는 22개국에 128차례에 걸쳐 제공한 긴급 자금이 2,400억 달러(약 312조 원)에 달한다며 “베이징이 신흥국에 자금을 대는 새로운 거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2010년만 해도 전무했던 중국의 긴급 자금 대출은 2021년 405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로 급증했다. 같은 해 IMF는 686억 달러(약 89조 원)를 빌려줬다. 중국이 빚더미에 앉은 국가들에 돈을 뿌리고 있는 셈인데, NYT는 이를 두고 “중국이 IMF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부채가 많은 중저소득 국가에선 이미 미국의 지위도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2002년 우루과이(15억 달러)가 마지막이다. 크리스토프 트레베슈 킬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책임자는 “국제금융 시장에서 또 다른 구제금융 ‘큰손’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시장에서 IMF와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속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맞닿아 있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51개 저소득 국가에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9,000억 달러(약 1,168조 원)를 빌려줬다. 전 세계에 뿌려진 중국 자본의 ‘힘’으로 정치·외교적 영향력 확대까지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야심도 있다. 2021년 중국이 제공한 긴급 대출의 기준 통화는 90% 이상이 위안화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빌려줄 때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다. 채무국이 빚을 갚을 땐 달러화를 쓰고, 자국 중앙은행엔 위안화를 쌓아두게끔 하려는 의도다. 브래드 파크스 에이드데이터 국장은 “몽골 등 일부 국가는 이전에는 주로 달러화로 외환보유고를 채웠다면, 이젠 상당 부분을 위안화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이나 머니를 덥석 물었다간 ‘부채의 덫’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스리랑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가 경제가 붕괴하면서 지난해 5월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했다. 중국의 차관 금리는 5% 수준으로, IMF의 2%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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