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NSA 국장 출신 키스 알렉산더 ‘인권 논란’ 사우디에 군사 컨설팅
▶ 보안 등 강화로 미 외교전 애먹어
미국 육군에 평생을 바쳤고 4성 장군(대장)으로 사이버사령부 제1사령관까지 지냈다. 이후 군인 신분으로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까지 9년간(2005~2014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수장으로 일한 뒤 명예롭게 전역했다. 제2의 인생은 ‘군사 컨설턴트’다. 정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던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미군의 군사·보안 전술로 외국 군대를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키스 알렉산더(72^사진·로이터) 미 육군 장군 얘기다.
문제는 미군 복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정보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타국에까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은퇴 후 해외 정부와 계약을 맺고 군사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직 군인들의 현황 자료를 입수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퇴역 군인들이 미국 외교안보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WP에 따르면, 2014년 퇴임한 알렉산더가 차린 컨설팅 회사 ‘아이언넷’이 외국 정부와 맺은 계약의 누적 액수는 최소 360만 달러(약 48억636만 원)에 달한다. 2012년 이후 은퇴한 미군 중에선 최대 규모의 해외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호주 정부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까지 그의 고용주가 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19년 사우디 국방부 소속 고문으로 일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계약 시점이 전 세계적으로 ‘인권 유린’ 논란을 야기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의문사 사건 발생 3개월 후였다는 점이다. 2018년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비판적이었던 WP 소속 칼럼니스트 카슈끄지는 튀르키예의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뒤 실종됐는데, 사우디 정부는 수개월간 관련성을 부인하며 시치미를 떼다가 결국 살해 사실을 인정해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미국 정부도 사우디를 향해 “인권 탄압을 멈추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사건 초기부터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의심받던 사우디 정부는 알렉산더를 비롯, 전직 미군 출신 컨설턴트를 고용해 방화벽을 강화했다. 컴퓨터 해킹과 감시 네트워크 구축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설립도 추진했다. 카슈끄지 같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계약으로 알렉산더는 70만 달러(약 9억3,560만 원)를 챙겼다.
알렉산더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WP가 입수한 문건에는 500명 이상의 퇴역 미군이 인권 유린과 정치적 탄압으로 악명 높은 국가와 손을 잡고 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제임스 존스 전 해병대 대장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짐 매티스도 이름을 올렸다.
고객은 대부분 중동의 부국(富國)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2015~2022년 280명의 전략 컨설턴트, 드론 조종자, 미사일 방어 전문가, 사이버 보안 고문 등 군 베테랑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보와 연료 보급, 병참 지원 방식을 공유해 ‘오합지졸’이던 지역군을 하나로 합쳐 훈련시켰다. 유엔 소속 조사관은 WP에 “이렇게 재정비된 군대는 예멘과 리비아에 파견돼 내전을 격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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