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은행들 1분기‘선방’ 우려했던 인출사태 없어
▶ 예금고 전년대비 8.5%↑ ‘커뮤니티 뱅킹’위력 실감

뱅크오브호프 등 남가주에 본점을 둔 한인은행들이 뱅크런 사태를 피하며 올해 1분기에 예금고를 전년동기 대비 8.5%나 늘리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박상혁 기자]
“비를 피하려 은행 현관 앞에 사람들이 모였는데 뱅크런으로 오해받을까봐 얼마나 불안했는지...”
남가주에 본점을 둔 6개 한인은행들이 지난 1분기 실적을 일제히 발표한 가운데 우려됐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예금고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인은행 관계자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월 북가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주 시그니처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이은 뱅크런으로 강제 파산조치를 당한 이후 한인은행 관계자들이 가장 가슴을 주리며 주시한 부문이 예금고이다. 통산 분기별 실적에서 은행이 얼마나 순익을 올렸고 순익이 증가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지만 이번 1분기 실적에서는 예금고를 수성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뱅크오브호프와 한미 등 남가주 한인은행들은 SVB 파산 이후 행장 명의로 “우리 은행은 높은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한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커뮤니티 고객층을 확보해 안전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동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고객들에게 보내고 은행 웹사이트에 올리기까지 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 앞에 비를 피하려고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차량에서 이걸 보고 SNS에 뱅크런이 발생했다는 헛소문을 올릴까봐 불안했다”며 “심지어 은행 앞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처마나 캠버스 커버를 없애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인은행 관계자도 “요즘은 대다수 고객이 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깔기 때문에 모바일 뱅킹을 통해 몇초 만에 대규모 예금인출이 가능하다”며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 이후 지점장들의 가장 큰 업무는 주요 예금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SVB와 시그니처 은행, 또 1일 JP 모건 체이스 은행에 인수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B) 등 3개 은행 모두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연방 금융당국이 강제로 개입을 해야 했다.
뱅크런은 은행에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뱅크런이 발생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결국은 금융당국이 개입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2,0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한때 미국 14위 은행까지 성장했던 FRB도 뱅크런과 주가폭락, 유동성 악화라는 3대 악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또한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SVB와 FRB 파산 사태를 보면서 ‘커뮤니티 뱅킹’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한인은행들이 예금고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몇몇 대형 고객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업종의 비즈니스 고객과 ‘개미 단골 고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VB와 FRB와 같은 대형 커뮤니티 은행들이 수백, 수천만달러, 심지어 억달러 단위의 고액을 입금한 대형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지만 이들 ‘철새 고객’들은 은행이 어렵다는 SNS 소식에 가차 없이 예금을 뺐고 이들 대형 고객들의 이탈은 하루 만에 수백억달러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로 발전했다.
반면 한인은행들의 예금 고객들은 수만, 수십만달러 단위 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고객들은 다년간 은행과 거래를 하면서 지점장과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은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류은행 대형 은행 예금고객들은 0.25%포인트 이자율 차이에도 은행을 옮기지만 장기간 개인과 비즈니스 계좌를 갖고 있고 친인척까지 같은 은행을 이용하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한 한인 고객들은 한인은행을 잘 옮기지 않는다
한편 6개 한인 은행들의 지난 1분기 기준 총 예금고는 285억9,782만달러로 전년 동기(263억6,561만달러) 대비 8.5%의 높은 증가세를 달성했다. 다만 SVB와 FRB 파산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한인은행들은 지속적인 예금 확충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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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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