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강한 힘을 가졌고 다른 동물들은 하지 못하는 학문과 예술, 종교 활동도 한다. 이런 인간의 우월성은 뛰어난 두뇌 덕분이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이런 두뇌를 갖게 된 것일까. 과학자들은 그 시작을 두 발로 걷기 시작한데서 찾는다. 인간의 조상은 과거 아프리카 밀림 지대에서 살았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미 밀림이 초원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는 밀림에 그대로 남았지만 일부는 초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초원에서 움직일 때는 네 발보다 두 발로 걷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에너지 효율이 75%나 좋기 때문이다. 또 일어서면 멀리 있는 사냥감이나 맹수들을 발견하기 쉽고 무엇보다 두 손이 자유로워져 먹이를 들고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남자는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고 여자는 한 곳에서 아이를 돌보는 분업이 일어났고 이는 영아의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빈 손은 처음에는 돌멩이나 나무 막대기 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나중에는 도구를 직접 제작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양질의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성능 두뇌가 필요하지만 두뇌는 에너지를 하마처럼 먹는 기관이다. 인간의 두뇌 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 두뇌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손이 없이는 이처럼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관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자유로운 손 덕분에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두뇌 용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렇게 보면 오늘 우리가 있기까지는 기후 변화라는 우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부터 여기까지 오고자 노력을 해서 온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도 지금도 몸부림치고 있다.
인간이 미물이라고 깔보는 동물들 가운데는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것들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볼품없이 생긴 ‘벌거숭이 두더지 쥐’다. 이 쥐는 암세포를 생성을 막는 특수 물질을 만들어 암에 걸리지 않으며 그 덕에 보통 쥐의 8배인 30년 가까이 산다.
설치류 다음으로 종류가 많은 포유류인 박쥐도 그렇다. 가장 많은 숫자가 모여 살기 때문에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품고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들의 면역 체계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 과제다.
큰 동물 중에도 놀라운 자기 치유력을 가진 것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코끼리다. 거대한 몸집의 이 동물은 세포가 많기 때문에 암도 잘 걸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DNA가 손상돼 암세포로 자랄 가능성이 있는 세포를 자살하게 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장수 동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그린랜드 상어다. 이 상어는 150살이 되어야 생식이 가능하고 보통 250년에서 500년까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척추 동물 중 최고다. 그 원인은 DNA 안의 핵산이 스스로 이동하는 ‘이동 요소’(transposable element)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세한 것은 아직도 모른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이런 위대한 능력을 가진 동물 50종에 대한 특집을 실었는데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멕시코에만 사는 엑솔로틀이란 양서류는 귀여운 모습으로 요즘 널리 사랑받고 있는데 모양만 예쁜 것이 아니라 사지가 절단되어도 이를 재생시키는 능력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에게도 가능한지 연구 중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볼 파이선’이란 뱀은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소화하기 위해 심장을 25% 확대하는 능력이 있다. 인도에는 사는 막대머리 거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이동하는 철새다. 이들이 어떻게 산소가 희박한 고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가 연구 과제다.
오랜 시간 겨울잠을 자고도 끄떡없는 불곰도 연구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혈액 응고 없이 살아남는지 알고 싶어한다. 뒤쥐(shrew)에게는 겨울에는 두뇌를 줄여 에너지를 아끼고 봄에 다시 키우는 능력이 있고 미 서남부에서 사는 ‘힐라 괴물’(gila monster)에게는 오젬픽을 비롯한 체중 감량제와 당뇨약 개발에 도움을 준 독성 물질이 있다. 기린은 머리까지 피를 보내기 위해 엄청난 혈압을 유지하면서도 정상 생활을 하고 있어 고혈압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이솝 동화 ‘사자와 생쥐’에서 사자는 미물인 쥐를 우습게 보고 살려준 후 나중에 그물에 걸리지만 쥐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인간도 미물로 여기는 동물들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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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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