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뜨거운 투표 열기였다. 4일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대의원 선거 투표가 열린 LA 한인타운 피오피코 도서관 투표소 현장은 많은 한인타운 주민들과 업주 및 이해관계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LA 내 99개 주민의회 중 94개에서 순차적으로 대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데, WCKNC의 경우 4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피오피코 도서관 프로그래밍 룸에서 진행됐다. 사전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어도 현장에서 등록 및 투표가 가능했다.

LA시 선거관리 당국의 별도 집계는 이날 오후 6시30분 현재 나오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도운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에 따르면 한창 투표가 진행되던 오후 4시 안팎까지 피오피코 도서관 투표소에는 최소 500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나와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선거는 현재 한인타운을 대표하는 주민의회 대의원들이 대거 사퇴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은 한인 후보가 출마해 특히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피오피코 도서관 투표소에 나온 한인 브라이언 김씨는 “한인타운에서 살고 일하는 주민으로서 한인 및 지역사회가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왔다”면서 “나 외에도 많은 한인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현장에 나온 모습을 보니 웬지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인파가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유권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피오피코 도서관 투표소에 배치된 안내 요원은 8명이었다.

5명이 접수를 받고, 3명이 그외 안내 및 진행을 돕는 형태였는데, 몰린 인파를 감당하기엔 부족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길게는 1시간 30분 가량 기다린 유권자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직장에 복귀하러, 자녀를 데리러, 힘들어서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많았다. 대기 줄에는 마땅히 앉을 곳도 없기에 특히 장년층에겐 더욱 힘든 기다림이었다. 질서 유지가 되지 않는 상황도 자주 연출됐으며, 새치기 때문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끝내 투표를 못하고 발길을 돌린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은 “근무하다 짬을 내서 나왔는데 이렇게 까지 오래 기다릴 줄 몰랐다”면서 “벌써 한 시간 째 기다리고 있는데 중요한 미팅이 있어 이제 가야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은 “그래도 선거인데 이렇게 준비가 안돼 있고 한 시간 이상씩 기다리게 하는게 말이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의회를 관리하는 ‘임파워 LA’에 따르면 직전 선거인 지난 2021년 WCKNC 대의원 선거 때 총 투표자 수는 우편투표를 합해 고작 164명에 그쳤었다.

‘한인타운 분리안’으로 관심이 잠깐 높아졌던 2019년 선거때 투표자 수인 664명과 비교하면 75.3% 급감했었는데, 이번에 주민의회 혁신 요구가 분출되면서 한인 등 주민들의 투표 참여가 많아진 것이다.

또 한인타운 지역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에서도 7명의 후보들이 출마해 방글라데시 유권자들의 참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