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임라이트’(Limelight·1952) ★★★★(5개 만점)

퇴물 광대 칼베로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테리를 사랑하나 이루지 못할 사랑이다.
찰리 채플린의 ‘백조의 노래’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상영시간이 길고(145분) 감상적이나 한물 간 광대와 좌절감에 빠진 아름다운 발레리나 간의 관계를 통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인간의 아름답고 섬세한 마음을 그린 러브 스토리다. 채플린이 제작, 감독, 각본 집필과 주연을 한 것 외에도 작곡과 안무까지 했다.
인기가 시들해진 왕년의 유명 광대 칼베로는 같은 하숙집에 세든 발레리나 테리(클레어 블룸)가 댄서로서의 미래가 벽에 부딪치면서 자살을 기도하자 그를 자기 방에 데려가 정성껏 돌본다. 테리는 칼베로의 지극한 돌봄과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건강을 회복하나 칼베로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칼베로는 테리를 사랑하나 테리가 사랑하는 남자는 젊은 작곡가 네빌(채플린의 아들 시드니 채플린). 칼베로는 멋지게 은퇴공연을 마치고 행복하게 숨을 거둔다.
겉으로는 러브 스토리인 이 영화는 한 꺼풀 벗겨보면 채플린 자신과 그의 아내 우나 오닐(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의 관계를 그린 것이다. 나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던 채플린은 우나가 18세 때 결혼, 비난을 받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나이 먹은 남자와 젊은 여자와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변호하고 있다. 출연 당시 19세로 이 영화로 빅 스타가 된 블룸은 채플린이 자기를 상대 역으로 고른 것은 자기가 우나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또 나이 먹은 예술가의 처량한 자존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채플린의 희극적이며 드라마틱한 재능이 만발한 영화로 그가 벼룩 길들이기와 사자 조련을 무언극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요절복통할만하다. 그는 영화에서 자기 생애 마지막 공연을 또 다른 무성영화 시대의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돌의 얼굴’을 한 버스터 키튼과 함께 익살스레 보여주는데 둘이 다 이 영화에 나왔을 때는 인기를 잃어가던 때여서 쓸쓸한 마음마저 든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영화 음악은 한 두어 번 들어봤을 것이다. 가슴 속을 파고들며 떠나지 않는 애수 가득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오스카 상 수상)는 지금도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채플린의 딸 제랄딘(‘의사 지바고’에서 지바고의 부인 역)이 스크린에 데뷔한 외에도 그의 자녀들이 총출연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여흥이 대중에게 기쁨과 웃음을 선사하던 옛 시절에 대한 경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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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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