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경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담즙)이 십이지장까지 이동하는 길을 담관(담도)이라고 하는데, 담관 옆에는 쓸개(담낭)가 있다. 담관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담관암(담도암)이라고 한다. 담관암(간 내 담관암, 간 외 담관암)과 담낭암(50%)을 통칭해 이른다. 2022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의 국내 암 발생은 24만7,952건인데, 담관암(담도암)과 담낭암(쓸개암)은 7,452건(전체 암 발생의 3.0%)이 발생했다. 10만 명당 조(兆)발생률은 14.5명(중앙암등록본부 2022년 12월 발표)이다.
‘담낭암 수술 전문가’ 정윤경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났다. 정 교수는 “비겁하고 줏대 없다는 뜻인 ‘쓸개 빠졌다’는 말을 의식해서인지 담낭암ㆍ담낭염 등으로 담낭 절제 수술을 꺼리는 이가 적지 않은데, 담낭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담낭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복부 초음파검사다. 대부분은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유무를 알 수 있고, 이상이 발견되면 추가적인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암 표지자 검사 등을 시행해 정확히 진단한다.
담낭암은 단순 담낭 용종과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병변이 1㎝ 이상으로 크다면 악성(암)으로 의심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간 질환자들에게 국가건강검진(무료)에서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종합건강검진 등에 따른 담낭 질환의 조기 발견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담석이나 담낭염이 생기면 담낭암이 발생하나
담석으로 인해 담낭 점막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거나 염증이 생기면 담낭 점막에 ‘이형성(異形成ㆍdysplasia)’을 일으킨다. 이형성은 정상 또는 종양 조직이 이형(異形)을 수반한 것을 말하는데 심하면 담낭암으로 악화한다.
그러나 담석이 생겼다고 항상 염증을 일으키지 않기에 담석을 담낭암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담석은 85% 정도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지만, 그 이하 연령에서도 15% 정도이기에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또한 담낭염이 전부 암으로 악화하진 않지만 소화불량 등이 동반될 때가 많아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 담낭염은 담낭 벽이 두꺼워지는 ‘비후화(肥厚化) 현상’이 생길 때가 많아 암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낭염이 생기거나 영상 검사에서 암 여부를 배제할 수 없으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담낭은 물 풍선 같아 조직 검사를 할 수 없는데 조직 검사를 시행하려면 담낭 전체를 제거해야 하므로 조금이라도 암이 의심되면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
담낭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복통이나 체중 감소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경우가 많아 증상만으로는 암 진단이 어렵다. 하지만 암이 간혹 좁은 담낭 입구를 막아 급성 담낭염같이 심한 복통이나 발열 등으로 병원을 찾기도 하고, 만성 담낭염같이 소화불량이나 복통 등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병원에 오기도 한다.
-담낭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담낭암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수술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암 병기(病期)와 위치 등에 따라 수술을 정한다. 담낭은 크게 3개 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암세포가 첫 번째 층만 침범했다면 담낭만 제거하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층 이상 침범했다면 담낭을 둘러싼 간 일부와 림프절 등을 동시에 절제해야 한다. 암 침범 범위가 수술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MRI 검사 등으로 미리 확인했어도 막상 수술하게 되면 응급 조직 검사 등으로 수술 도중 수술법을 정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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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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