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베트남 남부 깜란 공항이 발칵 뒤집혔다. 14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등에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입국했기 때문이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관할권 경계를 표시한 9개의 선으로, 동남아시아 앞바다를 중국 것으로 취급하는 까닭에 동남아 국가들이 민감해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항 경찰은 이들에게 티셔츠를 벗을 것을 명령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경찰이 옷을 압수하는 것으로 소동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후 중국에선 “중국 영해를 중국 것이라고 하는데 왜 시비인가”라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베트남은 “남해구단선이 그려진 옷을 입거나 물품을 지닌 중국인들은 즉각 추방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공분하면서 양국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베트남 정부마저 “(티셔츠 착용은) 나쁜 의도로 준비하고 계획한 행동”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양국이 해당 사안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 주는 일화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토 야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남해구단선을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과의 갈등 역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흔히 보이는 사례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에 남해구단선을 표시한 경우다. 지난달 초 베트남 문화부의 할리우드 영화 ‘바비’ 상영 금지 조치가 대표적이다.
조금 더 노골적인 경우도 있다. 중국은 2012년 발급한 새 전자여권에 남해구단선 지도를 넣었다. 이에 필리핀은 중국 전자여권에 직인 찍기를 거부했고, 베트남은 중국 여권 소지자의 베트남 내 회사 설립 신청을 거부했다.
불똥은 언제든 한국으로도 튈 수 있다. 지난달 초 보이콧 논란까지 불러온 블랙핑크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블랙핑크 월드투어 주최사이자 중국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규모 공연 기획사 ‘iME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남해구단선이 표시된 지도가 올라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여론은 격분했다.
기획사 대표가 사과하고 즉각 사진을 삭제하면서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베트남 정부는 3주간 콘서트 취소 검토에 나섰다. 자칫 공연 예정일 직전 콘서트가 무산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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