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의 기능이 3개월 이상 손상돼 있거나 콩팥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만성콩팥병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단계(5단계·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인‘말기 신부전’으로 악화됐다면 가능한 한 빨리 콩팥이식을 받는 게 좋다. 신성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콩팥이식 전후로 예상되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한 치료법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 덕분에 콩팥이식을 받은 10명 중 9명이 10년 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늘고 있는데
만성콩팥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만성콩팥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8만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70세 이상에서 26.5%가 만성콩팥병에 노출돼 있다.
만성콩팥병의 3대 원인으로는 당뇨병·고혈압·사구체신염이 꼽힌다. 이 중 당뇨병이 50%, 고혈압이 20%를 차지한다. 만성콩팥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떨어진 만성콩팥병은 거의 모든 장기에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만성 피로·감각 장애 등 신경계 증상, 고혈압·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증상을 비롯해 폐부종, 식욕 감퇴,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증상이 나타나 만성콩팥병을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콩팥병은 어떻게 치료하나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으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콩팥 기능 소실을 늦추기 위한 저염·저단백 식사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콩팥 기능을 잃게 되는 말기 신부전(만성콩팥병의 5단계)으로 진행되면 투석(透析) 치료 혹은 콩팥이식 등 신(腎) 대체 요법을 받아야 한다.
투석 치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콩팥을 대신해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 균형을 맞추는 치료다. 1주일에 2~3회씩 4시간가량 투석받아야 하고 독성 노폐물이 남으면 요독(尿毒)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경제·정신적 소모가 매우 크다 보니 건강한 콩팥을 이식받는 콩팥이식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콩팥이식은 투석보다 환자 생존율이나 삶의 질이 더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콩팥이식 전 투석 기간이 짧을수록 콩팥이식 후 사망률이 낮고, 이식받은 콩팥의 거부반응 발생도 낮아 더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콩팥이식 치료 성과는
지난해 말 국내 처음으로 콩팥이식 7,000례를 달성했다. 7,000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식받은 콩팥은 10년째 90%, 20년째 70%의 환자에서 기능이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이 15% 정도 포함돼 있음에도 높은 안전성과 성공률을 보인 것이다. 이는 국내 콩팥이식 5건 중 1건을 도맡아 시행하며 쌓아온 노하우에 수술 전후로 예상되는 거부반응 및 감염증을 줄이기 위해 신·췌장이식외과, 신장내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 의료진이 협진해 환자를 관리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ABO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 1,000례를 달성했다. 생존율도 혈액형 적합 콩팥이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에 로봇을 이용한 콩팥이식도 늘었는데
콩팥이식 때 로봇을 이용하면 10배까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로봇 기구의 자유로운 관절 운동을 통해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기존 20㎝가량을 절개하는 개복 콩팥이식보다 로봇 콩팥이식은 6㎝가량의 절개창과 1㎝ 안팎의 구멍 3개만 내면 되기에 통증이 적고 퇴원도 2, 3일 정도 빠르다. 수술 상처 감염이나 탈장 등 합병증 위험이 낮고 미용적 관점에서도 환자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정교한 미세 문합(吻合·연결) 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수술인 만큼 숙련된 의료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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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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