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는 쌀쌀한 날씨가 또 찾아 왔다. 10월은 나에게 특별하다. 군에 가서 힘들게 훈련을 10월에 보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어느 여인과 즐겁게 보낸 기억이 잊지 않고 나타난다. 10월에 어머니 생신으로 한국에 가면 학교 동문회에서 운동회를 했다.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오그라들기 시작하면서 갈색으로 변해가는 나무 잎새와 같이 내 마음도 누렇게 변해간다. 서서히 변하다가 예쁘게 물들면서 낙엽으로 내 마음을 적셔 주다가 가는 게 순서인데 비바람에 퍼런 잎사귀가 떨어져서 일찍 변한 낙엽과 함께 뒹굴고 있다. 일찍 가는 인생과 비교가 된다.
끝까지 안 떨어지고 남아서 앙상한 나무 위를 지탱해 주고 있는 잎사귀는 더 긴 수명의 영화를 누린 건가. 일찍 떨어져서 사라진 인생은 남은 사람 가슴을 피로 물들게 하고 가는가.
어차피 변하는 거 색색으로 예쁘게 변해가면 좋겠는데. 올해는 가을비가 며칠을 몰아치면서 나뭇가지를 부러트렸다. 여기저기 아직 성한 나뭇잎과 같이 사방에 떨어졌다. 어디를 어떻게 쳐서 멀쩡한 놈 먼저 데려갈지 모른다.
시몬이 누구인지 느낌이 애절하여 모든 이가 시몬을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비에 젖은 갈색의 낙엽 밟는 소리에 나는 어떤 사람 영혼의 소리가 들린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천고마비의 계절. 떨어지는 낙엽에 내 마음도 함께 없어지는 계절이 좋다. 나도 그렇게 갈 것이다.
해마다 어머니 생신이 있는 10월에는 내 나라에 갔다. 지금은 안 계신다. 어언 세 해가 지나갔다. 때가 되면 생각난다. 모시지는 못 했지만 마음은 항상 같이 있었는데. 얼굴은 가물거리고 내 마음에는 자국만 남아 있다. 이제는 아무 마음이 없다. 머나먼 옛 추억이 됐다. 아무 의미 없이 꾸었던 어젯밤 꿈처럼 됐다.
손주가 온 단다. 새 나라의 새 식구다. 사랑이 바뀌었는데. 이 사랑과 그 사랑이 다르다. 여전히 엄마는 내 마음에 꽁꽁 붙어있다.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데. 잠깐 피었다가 지는 마음의 꽃이다. 무던히 오래도 간직한 이 마음은 나 또한 떠나갈 때쯤이나 지워 질려나.
어머님이 반겨주던 내 나라는 내 마음의 나라. 어머니가 살던 나라가 가을이면 더 그립다. 아, 대한민국 낙엽이 구르는 계절은 나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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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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