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 부채 리스크
▶ GDP 대비 기업부채 123.9%, 3개월만에 1%P 가까이 증가…연체율 상승세 당분간 지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한참 넘어선 가운데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업황은 부진한데 고금리 여건이 길어지며 금융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장기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95%에서 올 1분기 1.49%, 2분기 1.59%로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0.70%), 2분기(0.69%)와 비교하면 연체율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아직 1% 미만으로 유지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특히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연체율은 1분기 1.59%에서 2분기 1.75%로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해 장기 평균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마저 나타난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체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많은 기업이 매출이나 수익성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기업부채 연체율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분기까지 지켜본 결과 연체율 상승세가 향후 몇 개월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 여건에서도 기업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1903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1781조 5000억 원)보다 1년 만에 122조 원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채권은 599조 원에서 658조 4000억 원으로 59조 4000억 원 증가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회사채로 운전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최근 회사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단기·변동금리 대출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은행들도 가계대출이 막히자 우량 법인대출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
공장 설비 확충 등을 위한 시설 자금보다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구입을 위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산업별 대출금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운전자금 잔액은 1004조 1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운전자금 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설 자금도 17조 7000억 원 늘기는 했으나 잔액은 871조 6000억 원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3.9%로 전 분기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금리 인상 이후 잠시 꺾였던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2017년 4분기(92.5%) 이후 5년 반 동안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줄곧 상승했다.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했던 1999년 1분기(113.6%)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 금통위원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상태인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축소를 위해 기업부채에 대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기업들은 저금리 국면에서 대출을 많이 받아놓았는데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더 높은 금리로 부채를 만기 연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체율이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부채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업권별 동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뿐 아니라 그동안 누증된 기업 신용이 효율적인 금융 자원 배분과 금융 시스템 안정에 미친 영향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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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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