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IAEA의 시운전 정황 언급 주목”…본격 가동시 핵물질 생산능력 급증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ELWR)를 십수 년 만에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공개되면서 한미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한국시간) "정부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 21일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IAEA 사무총장 언급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위반해 핵물질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겠다고 밝히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등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이 불법적인 핵개발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하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영변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연합뉴스의 입장 문의에 "안전을 포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0년께부터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북한이 공언한 완공 시점인 2012년을 훌쩍 넘겨 건설이 장기화했지만, 최근 들어 마침내 작동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성명에서 "10월 중순 이후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많은 양의 배수가 관측됐다"며 "경수로의 '커미셔닝'(원자로에 최초로 핵연료를 정전해 각종 시험을 하면서 출력을 높여가는 시운전)과 일치한다"고 언급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이 향후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현재 영변에서 운영하는 원자로인 5MW 흑연감속로에 더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특히 실험용 경수로는 5MW 흑연감속로의 최소 수 배에 달하는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당국과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핵물질 생산능력과 현 상태 등을 계속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실험용 경수로를 통해 북한은 5MW 원자로보다 4∼5배 많은 연간 20kg가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며 플루토늄양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시한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를 뒷받침할 또 하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플루토늄 외에도 무기급 핵물질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영변 등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중이다.
다만 실험용 경수로가 완전 가동에 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수로의 완전 가동까지는 약 반년이, 플루토늄 생산까지는 약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날 보도했다.
한편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안전성 역시 우려 대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 핵시설이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역내 국가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라 홀게이트 IAEA 주재 미국대사도 지난달 IAEA 이사회에서 영변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과 관련해 "IAEA가 신규 원전 건설국에 제공하는 독립적 모니터링, 평가, 지원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핵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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