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가 온통 인공지능(AI)을 열쇳말로 내세운 가운데 이를 노리는 반도체 업계의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해부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거대 생성형 AI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치솟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용 제품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구현할 반도체 제품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1일CES 현장에 설치한 전시 공간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고 최신 제품을 소개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은 “AI와 머신러닝,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최적화된 다양한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제때 개발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전시장에는 생성형 AI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서버용 제품으로 32기가비트급 DDR5 D램,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샤인볼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메모리 모듈 D램이 전시됐다. 또 모바일 제품에서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기 위한 제품으론 LPDDR5X D램과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소개됐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대거 꺼내 들었다.

SK그룹전시관에선 HBM3E의 성능을 선보이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AI 포춘텔러’를 선보였다. 고객사 대상으로 설치한 ‘SK그룹 ICT 패밀리 데모룸’ 전시관에는 CXL 메모리 제품과 PIM 기술을 적용한 생성형 AI 가속기카드 ‘AiMX’를 선보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CXL 메모리는 HBM과 함께 AI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CXL 메모리 솔루션 제품을 상용화해 AI 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라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AI 반도체 원천 기술을 보유한 딥엑스가 단독 부스를 내고 4개의 AI 반도체로 구성된 ‘올인포 AI 토털 솔루션’을 공개했다. 딥엑스의 AI 반도체는 신경망처리장치(NPU)로, 현재 AI 가속기 분야를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 장치(GPU) 대비 소모 전력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AI 반도체 중 ‘DX-M1’은 이를 인정받아 2개 부문에서 CES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해외 반도체 제조사들도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인텔은 이번 CES에서 지난해 공개한 노트북과 컴퓨터용 AI반도체에 이어 전장용 AI 반도체 라인업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의 대표 주자이자 전장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퀄컴 역시 자동차의 디지털 콕핏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10일 CES 기조연설에서 “스마트폰에 담긴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이용자의 보조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전기차 역시 생성형 AI를 적용해 운전자를 지원하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라스베가스=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