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환자 상태가 위중하면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ICU)’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생후 1개월~18세인 환자는 ‘소아중환자실(pediatric ICU·PICU)’에서, 생후 1개월 미만이라면 ‘신생아중환자실(neonatal ICU·NICU)’에서 치료한다.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50% 정도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데 이 중 20%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ARDS)’으로 목숨을 위협받는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허파 전반에 염증이 생겨 호흡곤란·빈맥(頻脈)·청색증(靑色症)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에 노출되면 숨차는 것뿐만 아니라 저산소증과 장기 손상으로 목숨을 위협받는다. 기저 질환이 없을 때도 이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교과서를 집필할 정도로 이 분야 권위자인 조중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심각한 상태라면 어린이·청소년 환자의 30~40%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며 “좋은 예후(치료 경과)를 나타내려면 소아중환자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 해 어린이 8,000명 정도가 소아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소아중환자실을 갖춘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왜 발생하나.
폐로 흡입된 산소는 포도송이 모양의 공기주머니(폐포·허파 꽈리)에서 이산화탄소와 교환된다. 다양한 원인으로 둥근 폐포막이 흐물흐물해져 폐가 물에 빠진 것처럼 염증성 물로 가득 차게 된다(폐부종). 그러면 고농도 산소를 공급해도 혈액으로 전달되지 못해 폐 전반을 비롯해 온몸에 염증이 발생한다(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폐렴(35%)이고, 위장관 흡인(15%), 패혈증(13%), 물에 빠짐·교통사고 같은 외상 등으로도 발생한다. 폐에 기저 질환이 있을 때도 생기지만 별다른 질환이 없을 때도 갑자기 발생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세균이 몸속에 침입하거나 조직이 손상되면 염증이 국소적으로 생기지만 이는 몸 회복을 위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일반 폐렴은 대부분 세균이 침범한 부위에만 염증이 발생하기에 다른 폐 부위로 호흡이 가능하다.
하지만 폐가 심각하게 손상됐거나 염증 부위가 광범위하게 커져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하면 폐 기능을 거의 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폐부종은 심장이나 콩팥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부종과 달리 이뇨제 등으로 수분을 제거해도 호전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처음엔 호흡이 가쁜 정도이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져 호흡하기 어렵게 된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크게 ▲삼출기(exudative phage·혈관이나 림프관 등과 같은 맥관(脈管)의 내용물이 맥관 밖으로 스며 나오는 단계) ▲증식기(proliferative phase) ▲섬유화기(fibrotic phases) 등 3단계로 나뉜다.
삼출기에는 염증성 삼출물이 폐에 축적돼 저산소증이 심각해지고,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하면 폐 전반에 염증이 발생한 침윤(浸潤) 상태다. 이 단계에서 적절히 치료하면 2주 이내 상당히 회복한다. 하지만 환자의 40% 정도는 폐가 딱딱해져 폐 기능을 잃게 되는 섬유화기로 접어든다. 섬유화기가 되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숨을 쉴 수 있고, 혈전증으로 미세 혈관이 막히거나, 폐동맥고혈압·우심실부전 등으로 여러 기관에서 장기부전이 발생해 목숨을 위협한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어린이가 사망하는 비율은 경도와 중등도에서는 10~20%, 심각 단계에서는 30~40%에 이른다.
-어린이라서 치료하기에 더 어려움 점은 없나.
체구가 작고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 환자는 어른보다 시술과 검사가 더 힘들어진다. 수액 주사를 하기 위해 바늘 하나 넣는 것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국내 중증 어린이 환자 진료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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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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