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한인 노숙자의 안타까운 죽음
▶ 65세 안태홍씨 셸터 떠났다가 이틀만에
▶김요한 신부 “더 어려운 이들 도왔는데”
▶가족들 연락 끊겨… 빈소 마련 내일 장례

한인 노숙자 셸터를 운영해오고 있는 김요한 신부가 안태홍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LA 한인타운 노숙자 텐트촌 앞에 조촐한 빈소를 마련하고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자립을 꿈꾸던 한인 노숙자가 길거리 텐트에서 갑작스레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60대 한인 남성이 노숙자 재활셸터를 떠난 지 이틀 만에 LA 한인타운 지역 비좁은 노숙자 텐트 안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한인 노숙자 구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요한 성공회 신부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한인 노숙자 재활셸터에서 5년여 동안 기거하던 안태홍(65)씨가 자립을 위해 셸터를 떠난 지 이틀만인 지난 18일 밤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김 신부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께 올림픽과 세인트 앤드루스 인근 노숙자 텐트촌에서 안씨와 함께 생활하던 한인 노숙자들이 김 신부의 셸터로 찾아왔다. 이들은 텐트 안에 있던 안씨가 인기척이 없어 들여다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고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헐레벌떡 안씨의 텐트를 찾아간 김 신부는 비좁은 텐트 안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는 안씨를 발견했다. 김 신부는 곧바로 911에 신고를 했고 얼마 후 경찰과 응급대원들이 도착해 안씨를 살폈지만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타살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안씨의 시신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LA 카운티 검시국에 인계됐다.
현재 안씨가 기거하던 노숙자 텐트 앞에는 안씨를 추모하기 위해 김 신부가 세운 작은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작은 종이상자 위에 놓인 사진 속 고인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을린 얼굴과 굵게 파인 주름에서 녹록치 않았던 그의 삶이 묻어나오는 듯 보였다.
김 신부에 따르면 안씨는 이혼 후 가족과의 소식이 끊긴 상태다. 또한 미국 내에 일가친척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안씨는 리버사이드 지역 기도원에서 10년 넘게 관리집사로 일하다가 알래스카로 주거지를 옮겨 페인트 일을 했고, 그러던 중 약물 중독에 빠지면서 LA로 와 노숙생활을 하다 5년여 전부터는 김 신부가 운영하던 셸터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65세가 넘으며 소셜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연금을 모아 자립하기 위해 셸터를 떠났다가 이틀 만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김 신부는 “자기도 노숙자이지만 어려운 사람들만 보면 어떻게든 돕지 못해 안달하던 안씨가 눈에 선하다”며 “황망한 죽음 앞에 허무할 따름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셸터에서 자신의 몫으로 나온 음식들을 싸 모아 다른 한인 노숙자들에게 갖고 가 나눠 주는 등 인정이 넘쳤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 안씨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런 안씨의 꿈은 장로가 돼 김 신부와 같이 노숙자들을 돕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23일 조촐한 장례식을 하려 한다”며 “오래 전 끊어진 인연이지만 그의 가족들이 소식을 듣는다면 좋겠다. 안씨를 추모하고 싶은 분들은 모두 참석 바란다”고 말했다. 장례 문의 김요한 신부 (323)244-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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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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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왔다가 결국 저렇게 비참하게 가는 걸 보면, 정말 현실은 냉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우선 명복을 빕니다. 난 이렇게 한인노숙자들이 있는줄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