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인생역전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의 대통령 재임이 유명했던 또 다른 이유는 부인 낸시 여사의 온화한 행적 때문이다.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한국에서 심장병을 앓던 한 한국인 아이를 도운 일로 더욱 기억이 생생하다. 낸시 레이건 여사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그 아이는 한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고, 멋진 청년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그런 행적의 낸시 여사가 유달리 점성술에 관심이 많았고, 그 때문에 레이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주술의 영향이 미쳤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낸시 여사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난 어느 점성술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그 술사는 별자리로 사람의 미래나 액운을 점치는 흔한 점성술사였다는 설이 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저격 암살시도 사건을 예언했다고 해서 낸시 여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고 한다. 후에는 대통령의 연설문과 회담일정의 날짜조율부터 외교정책까지 간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도널드 리건은 자신의 백악관 시절을 다룬 회고록에서 영부인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점성술사에게 매달 3,000달러를 주고 하루에도 두 세 번씩 전화를 걸어 대통령 신변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백악관 내에 점성술사와의 통화를 위한 별도전화까지 두었다고 폭로했다.
세계최강국인 미 최상층부에 주술과 점성술이 활용되었다고 하니 좀 놀랍다. 한국정치인들이 시시때때로 점집을 찾아 운세를 보러 다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과연 청와대나 용산의 집무실을 두고 있는 정치인들도 그럴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미신이나 주술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꽤 많이 들렸다. 조선말기에 왕의 부인인 민비가 무속에 깊이 빠져 매일 굿거리를 하면서 국고를 탕진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떠올리면 이런 소문이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야당은 윤석열 대선후보 시절부터 연일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가 특정 무속인과 불필요하게 친분이 깊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지금도 천공이라는 무속인이 용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세간의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며칠 전 대왕고래라는 동해 유전개발 발표로 전국이 들썩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TV영상을 통해 동해 심해 속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크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역술인 천공이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공은 더 나아가 지난달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있다는 식으로 자원개발과 관련된 발언도 했다. 이쯤되자 야당은 최근 동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중대 발표에 역술가 천공이 연관돼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무속에 의지하는 대통령이라는 소문이 현실로 밝혀진다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되었다는 당시 뜬소문과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민비는 미신을 철석같이 믿어 무당을 불러 굿하기를 일상처럼 하던 사람이었다. 현대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무속과 역술에 의존했던 고종과 민비의 밀실 역술정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불안한 상황에서 길흉화복을 점쳐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적 힘을 빌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역술이나 주술같은 운명론이 자신들의 무의식과 의식을 지배하도록 놔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조말기의 민비처럼 정권말기에 찾아드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더욱 역술이나 미신에 매달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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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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