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제트기 한대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날고 있네요.
얼마 전에 다녀온 알프스 여행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신기하고 훌륭했지만 나이 탓인지 차분하고 안정된 곳, 산자락에는 하얀 운무가 드리워져 있고 푸른 초원에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한가하고 평화로운 마을 앞 냇가에는 물이 철철 흐르고, 어느 하나 오차 없는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 스위스의 그런 작은 시골마을들을 걸어 다녔던 기억이 눈만 감으면 떠오르네요.
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이런 곳에 한번 태어나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곳에서
나의 이번 여행 목적은 알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스위스를 가장 낭만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빙하특급 열차, Glacier Express를 타 보는 것이었는데,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의 3,463m 융프라우(Jungfraujoch) 전망대, 프랑스의 3842m 몽블랑 에커디 미디 (Mont-Blac, Aiquille de Midi) 케이블카 등정 등 모두 너무 감동적인 풍광이었지만 아직도 가슴에 아련히 떠오르는 모습은 평화로웠던 스위스의 시골 마을들입니다.
이 어렵고도 힘든 대장정의 여행, 나는 오히려 떠나기 전에 더 걱정을 한 것 같네요. 물론 잘 도와 줄 딸이 함께 갈 수 있어 시작한 일이지만 솔직히 겁도 났습니다. 여행 도중 내가 감당 못할 일이 생기면 어쩌나,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인내를 총동원해서 한번 도전해 보리라 각오와 다짐을 하고 시작한 것이지만 이번 여행을 인솔하신 재키 님의 훌륭한 지도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못해 냈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 여든 두 살, 과연 그 멀고 먼 알프스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내 기우를 뒤집고 여행 중에 생일잔치까지, 함께 한 일행 모두의 축복 속에 한스가 준비한 생일 케잌까지, 저는 정말 내 생애 최고의 행복한 생일을 알프스 여행 중에 보냈습니다.
나이가 많아 다른 젊은 일행들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했는데 모두들 너무 잘 도와 주셔서 감사하고 흐뭇했습니다.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이번 여행은 내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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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파/ 애쉬번,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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