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가 한창이다. ‘11월5일 대통령 선거’라는 날짜는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는 의미가 없다. 각 주마다 다양한 투표 방법이 도입되면서 우편을 통해 주사위는 이미 매일 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한 표는 물론 소중하다. 하지만 의미 없는 표도 있다. 던지는 동시에 죽어 나가는 표들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무리 트럼프에게 투표해도 당락에 영향이 없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곳은 대통령 선거에서는 관심 밖의 지역이다. 선거인단 제도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민발의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 선거에 나온 캘리포니아 주 주민발의안(proposition)은 10건, 카운티와 시 단위 주민발의안(measure)은 지역 마다 다르다. 한국어 투표용지를 받았다면 한글로 번역된 것만으로는 발의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보를 모으고, 들여다보는 수고를 해야 정확한 내용과 발의 배경 등을 알 수 있다.
주민발의안은 대표적인 직접 민주제의 하나지만 더 나누면 법안 제정권(initiative)과 법안 거부권(referendum), 두 가지가 있다. 제정권은 새 법을 만드는 것이고 거부권, 비토권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의 가부를 주민들이 최종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연방법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주에 따라 달라 법안 제정권은 24개 주, 거부권은 26개 주가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두 제도가 모두 시행되고 있다. 법안 제정권의 주요 이슈는 주로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는 메디칼) 낙태권 보장 최저임금 인상, 거부권은 주로 세금에 관한 것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 주의 의회는 지난 5년간 발의안이 주민 투표에 부쳐지는 요건을 더 어렵고,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의회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일반 유권자들과 나눠 가진다는 것이 탐탁치 않기 때문이다. 주민발의안에는 유권자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를 신뢰하지 않거나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재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지금 미국의 의회 제도에 대해 28% 정도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말 실시된 전국 단위의 조사 결과인데, 그 전 조사에서 35% 정도이던 만족도가 의회 난입사건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의제에 대한 만족도는 민주당 38%, 공화당 유권자 17%로 지지 정당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정규 교육 연한, 이른바 가방 끈이 짧을수록 의원과 의회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미 유권자들도 미국의 양당제에 절망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정치 양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 공화 두 당의 입장이 맞설 때 많은 유권자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지만 두 당은 갈수록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둘 다 싫다’는 무당층이 늘어난다. 대다수 주는 일당 독주 체제다. 특정 정당이 주지사, 주 상원, 주 하원을 독점하고 있는 주가 40개에 이른다. 다양한 시각의 여론 수렴을 기대하기 어렵고, 권력 분점은 먼 나라 이야기다. 이런 정치 상황에 대한 절망이 주민발의안 발의를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 2000 년부터 지난해까지 24개 주에서 투표에 부쳐진 주민발의안은 2,500건이 넘는다. 이중 3분의 2인 1,600 건이 통과됐다. 전체 주민발의안의 60%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오리건, 워싱턴, 콜로라도, 노스 다코다 등 서부의 6개 주에서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의 유권자로서는 어차피 물 건너 간 대통령 선거 보다 최저 임금 인상안 등이 포함된 주민발의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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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두꺼워지는 선거책... 주민 발의안은 물론 무슨 교육감에 회계장에 별의별 자리를 다 투표를 해야하는데 솔직히 거기 나온 후보들 하나도 모른다. 그냥 민주당 후보라고 하면 찍어준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정말 문제가 너무 많다. 대통령 조차도 전국민이 원하는 자가 아닌 7개 경합주에서 찍어주는 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