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숨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재외 국민 선거, 즉 해외 거주하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문제다.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재외 선거는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올해를 포함해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들이 계속 박빙의 선거전으로 전개되면서 국외 부재자 투표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해외 나가 있는 미국 시민권자는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재외국민 선거를 지원하는 연방 정부기관에서는 이 수를 440만~530만명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이중국적자, 귀화 시민권자 중에서 본래 살던 나라에 되돌아간 역이민자, 미국과 외국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는 시민권자의 수를 정확하게 잡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라별로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 순으로 미국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인이 해외 거주를 결정하는 3대 요인은 가족 문제, 취업 등 생업, 생활의 질이 꼽힌다. 이들은 평균 미국인보다 고학력이다. 4분의3이상이 대학 졸업자로 미국인 평균 보다 2배가 많다. 이곳 저곳 옮겨 다니지 않고 보통 한 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유목민이 아닌 것이다. 미국 정치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본국 거주자 못지 않다. 외국에 살아도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을 미 달러화로 환산해 내야 하는 납세 의무는 여전하다. 연방 국세청 자료를 보면 이들은 평균 미국인 보다 대단한 부자도 아니다.
미국의 국외 부재자들은 지난 1976년부터 연방 선거에 참여가 가능 해졌다. 그 10년 뒤 군인과 해외거주 시민권자를 위한 부재자 투표법이 제정됐다.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 등 연방선거는 당연히 참가할 수 있다. 주와 지방선거는 각 주에 따라 다르다. 해외 거주자의 부재자 투표는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주에서 카운트된다. 해외 부재자가 투표하려면 신청 서류부터 까다롭다. 투표지를 신청한 국외 거주자에게는 선거일 45일 전에 발송하게 돼 있다. 하지만 미국내 우편 서비스의 지연에다 거주하는 나라의 우편 시스템 문제가 겹치면 발송과 회신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때 미국인 국외 부재자 투표율은 8%에 못 미쳤다. 60%를 훨씬 상회했던 전체 투표율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다. 재외 미국민들의 정치 관심도에 비해 투표 참여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해외에서 투표하기까지 행정적인 장벽이 높고, 선거 제도 등의 변경도 원활하게 통보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예로 바로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 사는 미국인의 경우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 한 조사에서 55%가 ‘선거에 아주 관심이 크다’고 답하는 등 80% 이상이 선거에 관심을 보였다. 이 수치는 미국내 거주자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내 투표율이 60%가 넘었던 반면 캐나다의 재외 국민 투표율은 3%대, 이보다 많은 6% 가까운 유권자가 이런저런 행정적인 장벽에 막혀 투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외 국민들은 여론조사나 각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가 닿지 않는 미답의 영역이다. 지금과 같은 초 박빙의 선거전이 전개될 때, 이들의 미국내 마지막 거주지가 펜실베니아 같은 경합주 중의 한 곳이라면?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측에서 무시하기 어렵다. 국외 부재자의 재외 선거 문제는 미국서도 호락호락한 이슈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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