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권 재진입 기술 불명확
▶ 전문가 “정상각도로 쏴봐야”
▶ “무기 개발·수출”… 한국, 북 11명·기관 4곳 ‘독자제재’
북한이 지난달 31일 동해상으로 쏴 올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화성-19형'이란 명칭을 부여했다. 기존 '화성-18형'보다 더 크고, 더 멀리, 더 높게 날아간 신형 ICBM을 두고 북한은 "최종 완결판 ICBM"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발사 현장을 직접 지도하며 "우리가 확보한 패권적 지위가 절대 불가역이라는 것을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됐다"고 했다. 그의 옆에는 딸 주애양이 함께했다. 정치선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ICBM은 이제 없다'는 공식 선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 군과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시험발사 정도로 받아들이며, ICBM의 기술이 최종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오전 평양 인근에서 쏘아 올린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화성-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 완결판 화성-19형 무기체계는 제1의 핵심주력수단으로서 사명과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사 현장을 김 위원장이 직접 지도했고, 현장 사진에는 딸 주애의 모습도 담겼다.
신문은 또한 화성-19형이 최대정점고도 7,687.5㎞까지 상승해 동해상에 떨어지는 데 걸린 약 86분(5,156초)간 1,001.2㎞를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이미 보유 중인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최대정점고도 6,056㎞·69분 비행)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최대정점고도 6,648㎞·74분 비행)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이다.
전문가들은 화성-19형을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기존 ICBM(약 1만5,000㎞)보다 길어진 1만6,000㎞까지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화성-19형의 탄두탑재부가 앞선 미사일에 비해 뭉툭해진 형태로 설계된 걸 확인할 수 있다. ‘다탄두’로 추정이 되는 대목이다. 활용한 이동식 발사대(TEL)도 길게 늘린 11축(22륜)으로, 9축(18륜) TEL을 활용했던 화성-18형보다 한층 길고 무거운 것을 사용했다. 우리 군은 특히 다탄두 장착 추정과 관련해 “분석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군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완결판 주장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날처럼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 발사 실험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ICBM은 대기권을 뚫고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하는데, 재진입 과정에서 고열과 마찰을 견디며 궤도가 수정되지 않아야 무기체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이 아직은 덜 됐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상 각도로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탄두의 목표 지향 비행, 탄두 분리 및 방향 유지 등 ICBM 관련 고난도 핵심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은 미국과 대립이 심하던 2017년에도 ‘화성-15형’ 발사 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지만, 이후 새로운 ICBM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완결판’ 선언을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으로,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에 위력를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 관계자는 “향후 미국에 대화 재개 등을 요구하려는 밑밥 깔기 전략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ICBM 기술을 발전시킨 점을 드러내려 했을 수도 있다. 유용원 의원은 “탄두부가 뾰쪽한 화성-18형과 달리 화성-19형 탄두부는 뭉툭해지고 상대적으로 커졌는데, 이는 러시아 차세대 ICBM RS-28 ‘사르맛’과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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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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