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GE에 결제시스템 접근권
▶ 연 5조달러 규모 자금 집행 관여
▶ 의회승인 예산에 통제수단 확보
▶ 정부와 계약한 경쟁사 정보 취득
▶ 이해상충 우려 등 논란도 거세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대규모 해고와 채용 중단 등 연방정부 대수술에 나선 머스크가 예산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지난달 31일 DOGE에 연방정부 지급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DOGE는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지만 연방정부 지출 감축과 관료제 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행정부 내 특별팀이며 머스크가 수장을 맡고 있다.
연방정부 지급결제 시스템은 미국 정부의 모든 자금 흐름이 통과하는 핵심 인프라다. 각 정부 부처가 신청한 지출을 최종 승인하고 집행하는 플랫폼으로, 사회보장연금부터 국방부 계약금, 세금 환급까지 모든 연방정부의 지급이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2023 회계연도 기준 5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이 시스템을 거쳐 집행됐으며 연간 처리 건수만 10억 건이 넘는다. 미국인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그동안 극소수의 공무원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권한 부여 결정을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 예산에 대한 새 통제 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에는 의회가 예산을 승인하면 그 용도와 목적대로 집행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DOGE 팀이 지급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의회가 승인한 지출이라도 행정부가 ‘부적절한 지출’이나 ‘부정 지급’ 등의 명분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통제 메커니즘’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DOGE는 다른 연방기관들의 데이터와 시스템에도 접근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 중 어떤 기관도 재무부처럼 정부 자금 흐름을 통제하지는 않는다.
재무부 시스템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DOGE의 접근 권한 요구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데이비드 레브리 재무부 재정차관은 DOGE의 요청을 거부했다가 행정 휴직 조치를 받은 후 결국 30년 넘게 근무한 일터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의 사임 직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그룹의 톰 크라우스 CEO를 포함한 DOGE 관계자들이 재무부 직원 자격을 얻고 보안 심사를 통과해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보했다.
머스크의 권한 확대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정치적 개입이 국가와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머스크가 테슬라·스페이스X 등 자신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정부 계약 업체들의 지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점은 심각한 이해 상충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와이든 의원은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급여, 정부 계약 업체 지급 등 모든 것이 머스크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DOGE 측은 이번 조치가 부적절한 지급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며 자의적인 지급 차단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시스템 변경 시 검토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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