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현 서울대병원 교수팀
▶ 정확도 90%이상 모델 개발
▶ 고가 MRI 의존 않고도 진단
요추협착증을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없이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창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은 2005~2017년에 촬영된 요추협착증 환자 2500명과 정상 대조군 2500명의 엑스레이 사진을 활용해 요추협착증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요추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며 하반신에 통증이나 무감각,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앉거나 걷는 동안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요추협착증 진단에 주로 쓰이는 MRI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검사비가 비싸고 촬영 시간이 긴 데다 중·대형 병원에서만 촬영이 가능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엑스레이 검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결과 도출이 빠르며 차량을 활용한 이동식 촬영도 가능하지만 진단 성능이 매우 낮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허리를 바로 세운 중립,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굴곡, 허리를 뒤로 쭉 펴는 신전 등 세 가지 자세에서 각각 촬영된 요추협착증 환자와 정상인의 엑스레이 사진을 AI 모델에 입력한 다음 요추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세 가지 자세에서 추출한 이미지 특성을 결합한 다음 하나의 통합된 모델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고, 질환 의심 부위를 탐지하지 못하거나 정상인 부분을 질환으로 오인하는 오류도 낮췄다.
분석에 따르면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의 요추협착증 진단 성능은 자체 검증에서 91.4%, 외부 검증에서 79.5%를 기록했다. 이는 인공지능 모델 성능평가지표(AUROC)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우수함을 나타낸다.
즉 해당 모델이 다양한 환경에서 우수한 일반화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흑백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협착증 의심 부위에 색을 입혀 AI 모델의 예측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진이 보다 정확한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AI 모델 개발을 통해 MRI 촬영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요추협착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단순히 기술적 진전을 넘어 MRI 촬영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검사비, 짧은 촬영 시간, 이동식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통해 환자 편의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해당 모델을 활용하면 MRI 없이 엑스레이 촬영만으로 요추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하지는 않으나 지속적인 요통을 겪는 환자에게 선별검사로 활용하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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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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