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내리니 봄이 한창이다. 들판 가득 유채꽃이 만개했거나 무언가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유채 재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카놀라 오일 같은 식용유 조달이 힘들어지자 농부들이 새롭게 시작한 농사다. 식용유도 만들고 자동차 동력으로도 쓴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맥도날드와 피자헛과 버거킹과 서브웨이를 지나간다. ‘미제’인 그들은 어떤 도전을 겪고 있을까? 세계화 물결이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탈 세계화의 고통이 휩쓸고 있다. 어떤 것이 인류에게 더 유익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모두가 고통스럽다.
독일 사람들이 미국에서 온 내게 묻는 건 한가지다. 미국 국민들은 어떻게 부와 권력을 한 사람의 손에 쥐어 줄 생각을 했느냐는 거다. 위험한 처사란다. 민주주의의 수장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고 자본주의의 수장은 자본을 소유한 부자일 터.
그 둘을 합병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한다. 권력과 부가 뭉치면 권력도 부도 절로 부피를 키우고, 그 둘을 다 가진 사람은 자연히 절대 권력자(왕)가 될 수밖에 없단다.
이곳의 미국 발 고용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감원 바람이 불어서 엔지니어를 전공한 졸업생이 동네 가게의 점원으로 일한다.
대학도 대학원도 다 무료인 별난 세상이지만, 그 부러운 현실의 꿈이 무색해진다. 오픈 몰에 들르니 칼빈 크라인과 코우치와 T. J. 맥스와 토미 힐휘거 등의 아메리칸 브랜드 숍이 쭉 늘어서 있다. 저들은 또 어떻게 살아 남을까?
독일인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인보다 검소하게 산다.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가스 값이 비싸다. (갤론 당으로 치면 4불 이상) 그래서 대개 자전거나 스쿠터, 또는 편리한 공공운송 수단을 이용한다.
양말을 매년 뜨개질해 신고, 젊은이들은 스로 패션을 실천한다. 의료보험은 미국보다 저렴한데, 유전자 검사와 영양사 컨설트가 루틴이다. 큰 조카는 고지혈증 유전자가 없어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작은 조카는 양성이 나와서 영양사의 조언을 받고 있다.
가장 부러운 것은 재활용 프로그램. 손바닥 만한 종이조각도 플라스틱 조각도 쓰레기로 나가지 않는다. 집집마다 뒷마당에 퇴비 시설이 있고, 정기적으로 정부에서 수거해 간다.
(뉴욕에서는 늘 의문이었다. 병과 컨테이너를 비누로 씻지 않으면 재활용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콜라병은 씻지 않고도 잘 재활용해 왔다. 부수어서 처리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 핑계로 들렸다.)
독일은 65세 이상이면 영주권 받기가 쉽다. 먹고 살만큼의 고정수입이나 재산이 있고 의료보험에 가입하며 살 집을 마련하면 된다. 주택 렌트는 저렴하고, 어디에나 아름다운 파크와 강이 있다.
하지만 환경은 좋아도 미국의 문제가 독일의 문제인 면도 적지 않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일하기 싫고 정부의 복지혜택만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흔하고,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모순을 목격한다.
독일 한 달 살이가 많은 걸 보게 하고, 또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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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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