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는 포카레카레아나(Pokkarekare Ana),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통 민요다. ‘거칠게 물결치다’라는 의미의 마오리어다.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호수에 살던 마오리족의 전설에서 유래된 이 연가는 모코아어섬(Mokoia Island)에 살던 휘스터족 소족장의 아들 투타네카이와 육지에 사는 아리족 족장의 딸이며 절세미인 히네모아의 사랑 노래다. 두 부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히네모아의 아버지가 족장이라는 큰 신분 차이로 그녀의 부모가 이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아리족은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수단방법을 다해 방해하며 호수로 건너 갈 수 없도록 배를 숨겼다. 연인을 만날 수 없는 슬픔을 청년은 밤마다 호수가에 나와서 ‘포카레카레아나’피리를 불었다. 청년을 사모한 여인이 폭풍이 휘몰아치던 날 죽음을 무릅쓰고 호수를 헤엄쳐 건너와 연인을 만나고, 부족 간에도 화해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이다.
우리나라 설화의 춘향전에 나오는‘이도령과 춘향’이 생각나는 전설이다. 춘향이 만큼 미모가 뛰어 날 뿐만 아니라 배포도 크고 용감한 처녀, 히네모아는 어쩌면 우리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처럼 몽고반점이 있고 고구마를 쿠마 라고 하는 언어도 비슷한 마오리족은 우리와 같은 조상을 가졌을까? 하마터면 유황 온천물에서 혼자 놀고 있는 마오리족 소년에게 “안녕”이라고 말할 뻔했다
1950년 6.25 한국전쟁 때, 뉴질랜드에서 파병한 6,000명 중에는 대부분 18~20세의 자원한 마오리 청년들이었다.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싸워준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갈 때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부모님, 연인을 그리워하며‘포카레카레 아나(Pokkarekare Ana)’를 불렀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삼키며, 그들은 이 연가를 불렀을 것이다. 자식과 연인, 친구를 전쟁터에 보낸 사람들 또한 눈물로 이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포탄을 향해 나가며 그들이 불렀던 연가를 읊어본다.
거센 파도 몰아치는 와이아푸(로토루아)호수는
그대 건너 간다면 잠잠해질 겁니다.
그대여 돌아와 주세요 너무나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난 편지를 써 반지와 함께 보냅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랍니다.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요.
내 사랑은 절대로 마를 날이 없을 겁니다.
언제나 젖어있을 테니까요 내 눈물로 말입니다.’
이 연가가 마오리족 출신 뉴질랜드의 국민가수 키리 테 카니와(Kiri Te Kanawa)가 불러 세계적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의 민요다. 이 노래는 마오리족의 문화와 전쟁, 사랑, 평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음악적 유산이다. 오늘날 까지도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한국전쟁에 파병된 마오리족의 애달픈 연가를 이명원이 작사하여1970-80년대에 윤형주, 은희, 박인희 가수등이 불렀고 우리가 캠핑 때마다 불렀던 인기 가요다.
‘비 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연가를 부르며 마오리족의 역사가 있는 로토루아 마을울 걸어올라가 한국전쟁에 나갔던 사람의 비석과 동상앞에서 묵념을 했다.
<
김영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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