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치용”·”수많은 골칫거리 양산”…문장 변경 등에 거액 들 듯
▶ WP “전쟁부가 본연 역할에 어울리는 이름, ‘방위’는 완곡 표현일 뿐”

‘전쟁부 장관’이라는 명패가 붙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집무실 [로이터]
국방부 당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부' 개명 조치에 혼란과 분노,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앞으로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서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개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폴리티코가 국방부 내부 사정을 아는 전현직 당국자들을 접촉한 결과, 짜증과 좌절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전직 당국자는 "이것은 순전히 국내에 있는 정치 청중을 위한 것"이라며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의 계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쁜 것은, 우리의 적들이 이를 이용해 미국을 전쟁을 부추기는 국가이자 국제 안정에 있어 위협이라고 묘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당국자는 "이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수많은 골칫거리와 불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국방부는 미국 내 50개 주와 해외 40개국에 걸쳐 있는 70만개 이상의 군 시설 내 국방부 문장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
문장 변경이 필요한 물품은 군부대와 산하조직에서 쓰는 편지지에서부터 상원의 인준을 받은 고위공무원들이 입는 재킷, 펜타곤 매장에서 파는 열쇠고리, 식당 냅킨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범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행정에는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전쟁부 변경 시도는 국방부의 지출을 감독하는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의원의 반발도 샀다.
매코널 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도 국방부 예산안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는 "전쟁부로 부를 거라면 군대가 실제로 전쟁을 예방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터 행정부나 바이든 행정부보다 우리 군에 대한 지출을 훨씬 더 늘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면서 "'힘을 통한 평화'에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러니한 행동을 한다고 직격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섀힌 의원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즉 복무 중인 군의 준비태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른 문제들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방위'나 '보안'과 같은 완곡한 표현보다는 '전쟁'이라는 확실한 단어를 쓰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완곡한 표현은 사고를 왜곡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명한 것은 정부의 완곡어법을 겨냥한 훌륭한 일격이다. 아마도 군대의 국내외 역할에 대한 더 명확한 사고가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1789년부터 1947년까지 '전쟁부'로 불리다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전쟁부를 육군과 공군으로 분리하고 당시 독립된 해군과 합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정부 부처 명칭을 공식적으로 바꾸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한데 백악관은 이를 우회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낸 설명자료에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스스로를 '전쟁부 장관'으로 지칭하게 하고 모든 공식문서와 행사에서 '전쟁부'를 보조적 명칭으로 쓰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법을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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