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는 최근 Charlie Kirk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신앙을 이야기하던 한 인물이 갑작스럽게 암살당한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갖고 있던 언어 습관과 사고의 틀을 주목해 보면,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 우리 시대 신앙의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다.
욥기 2장에서 욥의 아내는 극심한 고난을 당한 남편에게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라고 말한다. 모든 재산과 자녀를 잃은 데 이어 온몸에 종기까지 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욥은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라며, 끝내 입술로 하나님을 욕하지 않았다.욥의 아내는 세상을 오직 규범적 지혜의 틀로만 바라보았다. 하나님께 잘하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화를 입는다는 단순한 계산법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욥은 규범적 지혜를 넘어 반성적 지혜의 세계로 나아갔다.
성경의 지혜문헌은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잠언은 규범적 지혜(Standard Wisdom)를 가르친다. 교과서처럼 "이렇게 살면 잘된다"는 원리를 전해준다. 그러나 욥기와 전도서는 반성적 지혜(Speculative Wisdom)를 말한다. 교과서적 규범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생의 예외와 모순을 담아낸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잠언이라면, 사회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욥기이고, 인생의 깊은 경륜을 깨닫는 것이 전도서다. 규범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사람을 쉽게 정죄하고 폭력을 정당화하기 쉽다.
이번 사건을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비극의 근원이 드러난다. Kirk는 성경을 늘 "The Bible is very clear about this"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복잡한 신앙 문제들을 단순한 흑백논리로 재단하며, 자신의 규범에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언어 습관이었다. 그런데 그를 향해 총을 쏜 범인 역시 세상을 규범적 지혜의 틀로만 본 것 같다. 자신의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제거해야 한다는 폭력적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규범적 지혜만으로 무장한 두 세계관이 충돌하여 비극적 결말을 낳은 셈이다.규범적 지혜만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충돌과 폭력을 낳는다. 각자가 자신만의 절대적 기준을 내세우며,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욥은 아내의 절망적인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을 욕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규범적 지혜가 깨져 나가는 현실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거기서 한 발 더 깊은 반성적 지혜를 붙들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겸손을 잃지 않았고, 하나님의 신비 앞에서 침묵할 줄도 알았다. 그것이야말로 신앙의 성숙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지혜다. 규범적 지혜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만 머무르면 타인을 쉽게 재단하고, 배제하며, 때로는 폭력으로 치닫는다. 반성적 지혜를 통해서만 우리는 예외와 모순을 끌어안고,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며,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범적 지혜만을 내세우는 신앙은 위험하다. 그런 신앙은 때로 이념의 도구로 변질되고, 성경을 폭력적 언어로 왜곡한다. 그러나 반성적 지혜는 고난과 모순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비를 붙들게 하고, 타인을 너그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욥처럼, 우리는 하나님을 욕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성찰하며, 지혜를 확장하고, 공동체를 평화롭게 세우는 일꾼으로 부름받았다. 우리는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분노 앞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며, 분열 앞에서도 화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경고장을 던진다. 신앙이 규범적 지혜에만 갇히면 파괴적 결과를 낳는다. 이제는 반성적 지혜로 나아가야 한다. 겸손과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와 이해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폭력과 분열을 넘어,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 욥의 지혜가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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