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 속 이민사회
▶ LAPD 신고 28%나 줄어
▶ 불체 한인여성 사례도 “가정폭력 피해 당했지만 추방 우려에 신고 못해”

이민자 사회에서 이민 단속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매사추세츠주 ICE 구치소 앞에서 이민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방 이민 당국의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민자 가정들 사이에 체포 또는 추방에 대한 공포로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 신고를 기피하거나 병원 방문 마저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올 여름 남가주에서 연방 이민 단속이 강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LA 경찰국(LAPD)에 출동 요청 신고 전화가 LA시 전역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단체들은 범죄 피해자들이 추방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6월6일 이민 단속이 본격 시작된 후 2주간 LAPD가 대응한 출동 요청 신고 건수는 약 4만4,000건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약 6만1,000건에 비해 28%나 줄어든 수치라는 것이다. 하루 평균으로는 약 1,200건이 감소했다. 여기에는 주거 침입, 가정 내 분쟁 같은 신고 뿐 아니라 소음 민원, 파티 문제 등 일상적인 신고도 포함돼 있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가족 분쟁과 관련된 신고가 뚜렷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CE 활동이 늘어난 뒤 가정폭력 신고는 7%, 가족 관련 분쟁 신고는 16% 감소했다. 이후 가족 관련 신고는 점차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가정폭력 관련 신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앞서 비영리 매체 ‘캘매터스’는 지난 6월초 남가주 병원 체인 세인트존스가 운영하는 클리닉들에서 일반 진료 예약 중 약 3분의 1, 치과 예약 중 약 절반이 취소됐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LA 뿐 아니라 뉴욕 등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 시의회 이민위원회가 주최한 관련 청문회에서 이민자 지원 단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정폭력 신고와 병원 예약 및 방문, 푸드스탬프와 같은 공공혜택 신청 등을 주저하는 이민자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추방이나 체포에 대한 우려로 인권 및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이민자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가정상담소(KAFSC)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서류미비 신분 한인 여성의 사례를 발표했다. KAFSC 관계자는 “가정폭력 문제로 도움을 요청한 이 여성은 자녀들과 헤어져 추방될 수 있다는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무서워했다”며 “언어장벽, 이민문제,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게 됐다”고 밝혔다.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힐링센터도 “단체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가 체포될 것을 우려해 학교 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증언했고, 법률지원 소사이어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민자 커뮤니티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민자 커뮤니티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위협과 가능성에 이미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예약 및 방문을 주저하는 이민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가 하면 푸드스탬프와 같은 공공혜택 신청도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분석이다. 이민자 지원 단체들에 따르면 ICE의 체포 및 추방이 급증하면서 정신건강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 지원 단체 경우, 최근 몇 달간 상담 등 정신건강 문제 지원 요청이 80%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공공 신뢰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살해됐을 때, 그리고 그보다 6년 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비슷한 신고 감소가 나타났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의 비다 존슨 교수는 “특히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여성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신고를 꺼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단속 현장에서 LAPD가 연방 요원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이 경찰에 도움을 청하기 꺼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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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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