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망증과 치매 구별법
▶ ‘인지예비능’ 작동 위해 뇌 자극을
▶ 섬유질 식단도 치매 예방에 도움
최근 ‘치매 해방’이란 책을 출간한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국내 치매 환자는 급속도로 늘 것”이라며 “치매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정상 노화 속도와 가깝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 아닐까’ 걱정하는데, 건망증과 치매는 증상이 전혀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이 잘 저장돼 있으나 순간적으로 잘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로, 알 듯 말 듯하다 힌트를 주면 기억해낸다. 주로 뇌혈관이나 뇌세포의 노화 때문에 나타난다. 반면 치매는 아예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상태다.
장혜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약속을 하고 깜빡 잊는 건 건망증이지만, 약속한 사실 자체를 기억 못 하는 건 치매”라고 설명했다.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특별한 계기 없이 공격성, 무기력함 같은 정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런 초기 증상을 간과하지 않는 게 치매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나온 치료약은 주로 치매 초기나 전 단계(경도인지장애) 때 사용한다. 신약 ‘레켐비’도 이 시기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을 제거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뿐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건 아니다. 예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치매 예방을 위해 ‘핑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 복용 없이 ▲뇌를 자극하는 인지학습 ▲혈압·콜레스테롤 등 혈관 관리 ▲규칙적인 운동 ▲뇌 건강에 좋은 음식 섭취 ▲사회적 교류 확대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핀란드에서 치매 고위험군 1,260명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한 결과, 인지능력은 25% 개선됐고 만성질환 위험은 60%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생애주기별 치매 위험 요인 14가지도 비슷하다. 그중 중년기에 관리할 수 있는 요인은 10가지다. 가령 청력 손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문제를 해소하면 치매 위험을 각각 7% 낮출 수 있다. 우울증이 없으면 3%, 당뇨병?흡연?고혈압이 없으면 각각 2%, 비만과 과도한 음주가 없으면 각각 1%씩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 노년기엔 사회적 고립(5%), 대기오염(3%), 시력 손실(2%) 문제를 해결하는 게 치매 위험을 낮춘다.
치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인지예비능’이 중요하다. 뇌가 손상이나 노화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에서 생활 환경이 유사한 수녀들을 대상으로 치매 발병 요인을 관찰한 연구에선 뇌세포 간 연결을 활성화하는 인지예비능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묵 교수는 “100세까지 강의를 했던 수녀(101세에 사망)의 뇌를 봤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축적돼 신경세포가 크게 손상 입었지만, 남아 있는 정상 신경세포끼리 더 많은 가지를 뻗어 서로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 네트워크 덕에 뇌에 신경독성물질이 쌓여도 인지기능 저하 없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독서와 악기·언어 같은 새로운 기술 배우기 △유산소·근력 운동 △채소·생선·견과류 위주의 식단 △사회활동 참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과 계속 교류하고 몰랐던 것을 배우면서 뇌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게 핵심이다.
묵 교수는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리신)은 신경세포 생성에 영향을 주고, 장내 세균이 만드는 대사물질이 뇌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유익균이 좋아하는 섬유질 위주의 식단을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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