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희토류 기술까지 통제
▶ 중 희토류 정제·가공 90% 장악
▶ 미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압박
▶해외 생산→우회 수출까지 막아
▶ APEC서 무역협상 지렛대 활용
중국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은 전략 광물인 희토류를 무기화해 막판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해주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출 규제 일부 해제를 얻어내는 등 희토류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요긴하게 사용해왔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겨냥해 수출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끼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조치에 따르면 희토류 관련 기술은 물론 중국산 희토류와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 역시 앞으로는 중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선 4월 희토류 17종 중 7종의 수출을 제한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에는 기술 전수와 핵심 공정의 대외 이전까지 포괄적으로 통제한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 역시 수출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해외 군수 업체 혹은 중국 상무부가 수출 통제 및 감시 대상으로 지정한 기업에 대한 수출 신청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못 박았다. 중국의 수출 통제 목록에 록히드마틴 등 미국의 주요 방산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겨냥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또 대량 살상 무기 및 그 운반 수단의 생산, 테러리즘 목적, 군사적 용도 또는 군사적 잠재력 향상이라는 용도에 쓰이거나 쓰일 가능성이 있으면 수출을 허가하지 않는다.
반도체·AI에 쓰이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 장벽도 높인다. 최종적으로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칩)나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일 희토류 수출 신청과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가진 AI 연구·개발용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틀어막는 등 조치를 시행해온 것에 대해 맞불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이번 제한을 기존 조치의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향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수출 통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수출 통제를 적용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 측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이달 말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한껏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6월 열린 런던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을 6개월간 해제하는 대가로 미국의 엔비디아 H20 수출 제한을 해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희토류는 휴대전화, 자동차, 첨단 무기 등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원소로, 중국은 전 세계 채굴량의 70%, 정제 및 가공 분야에서는 9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4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틀어막은 직후 미국 시카고 포드 공장이 1주일간 가동 중지하고, 록히드마틴도 F-35 전투기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미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희토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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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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