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9일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에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메시지가 돌기 시작했다. SVB에 맡긴 돈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로 퍼지면서 삽시간에 SVB 고객들의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
■SVB는 국채 매각 과정에서 18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주가 폭락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자초했다. 단 하루 만에 SVB 계좌에서 420억 달러가 빠져 나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다음 날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했다. 미국 16위권 은행인 SVB가 유동성 우려 제기 이후 이틀도 되지 않아 초고속으로 파산에 내몰린 것이다.
■미국 월가에 또다시 지역은행 부실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미국 서부·남서부 11개 주에 거점을 둔 자이언스뱅코프는 자회사가 취급한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를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도 사모투자 회사인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두 은행 주가는 다음 날 10% 넘게 급락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미국 자동차 대출 업체인 트라이컬러의 파산으로 1억 78000만 달러(2500억 원) 넘는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회에서 트라이컬러의 파산을 언급하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아마도 근처에 더 있을 것”이라며 “숨겨진 신용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가려졌던 실물 경기의 균열이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부실 대출 사건으로부터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나친 뱅크런 공포는 금융시장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금융권 부실에 대한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와 감독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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