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대통령의 케이크’(The President’s Cake) ★★★★½ (5개 만점)
▶ 사실주의와 시적인 아름다움과 일종의 우화이자 모험 가득 찬 오스카 국제영화상 후보 출품작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만드는 영광스런(?) 임무를 떠안은 9세난 여아가 케이크용 재료를 구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을 통해 독재철권통치와 독재정부 하의 민생과 가부장제 그리고 관료체제를 비판하고 아울러 인간성을 고찰한 이라크 영화다.
사실주의와 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일종의 우화이자 모험으로 가득 찬 로드 무비로 하산 하디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극본도 쓴 이 영화는 2026년도 오스카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 출품작이다.
1990년대 전시의 이라크. 메소포타미아의 늪지대에 살면서 보트를 타고 시내에 있는 학교에 등교하는 라미아(바넨 아마드 나예프)는 후세인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교실에서 또뽑기로 후세인 생일 축하용 케이크를 만드는 학생으로 뽑힌다. 당뇨병을 앓는 할머니 비비(와헤드 타벳 크라이바트)와 둘이 사는 가난하기 짝이 없는 라미아는 비비와 함께 시내로 케이크용 재료들인 밀가루와 달걀 그리고 설탕을 구하러 나간다. 라미아의 또 다른 동반자는 라미아가 애지중지하며 품에 안고 다니는 애완용 수탉 힌디로 힌디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댄다.
그런데 문제는 이라크가 당시 국제적 경제제재 하에 있어 식수와 식량을 비롯해 모든 것이 구하기 힘든 때로 설탕과 밀가루와 달걀 등은 더더욱 구하기 힘들거나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이다. 비비와 함께 보트를 타고 육지에 내린 라미아는 이어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는데 비비가 자기를 더 이상 돌보기가 힘들어 양모에게 맡기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도망간다.
시내에서 자기 이웃에 사는 같은 반 남자학생 사에드(사하드 모하마드 콰셈)를 만난 라미아는 사에드와 함께 본격적으로 케이크용 재료를 구하기 위해 후세인 찬양 시위대로 시끌벅적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어른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런데 라미아가 만나는 어른들은 거의 다 나쁜 사람들이다. 그러나 총명하고 대담하며 생활력이 끈질긴 라미아는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케이크용 재료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한다.
밀가루가게 주인에게는 밀가루 부대를 날라다 줄 테니 밀가루를 달라고 흥정하고 시계방 주인에게는 아버지가 남긴 회중시계를 사라고 흥정하는데 시계방 주인이 시계 값으로 준 돈이 위조지폐다. 또 라미아가 사원에 들어갈 때 사에드에게 맡긴 힌디가 달아나면서 이를 찾으려고 닭 가게를 찾아갔더니 주인이 유달리 친절하게 군다. 그러나 이 친절이 음흉한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라미아는 줄행랑을 놓는다.
한편 비비는 택시에 동승했던 착한 우체부 하심(라힘 알하즈)을 만나 둘이 함께 경찰서에 찾아가 라미아를 찾아달라고 사정하나 후세인 생일축하 준비에 바쁜 경찰은 비비의 하소연을 들은 척도 안 한다. 라미아가 만나는 어른들 중에서 선한 사람은 굿 사마리탄인 하심 하나뿐이다.
포탄이 터지는 소리에 학생들이 모두 책상 밑으로 대피, 라미아와 사에드가 서로를 응시하면서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는지를 겨루는 라트신이 가슴을 저미고 들어온다. 뛰어난 것은 연기 경험이 없는 라미아 역의 바난 아마드 나예프의 연기.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 시피 하는데 참으로 당돌한 연기다. 그리고 사에드 역의 사하드 모하마드 콰셈도 아주 자연스런 연기를 잘 한다. 또 하나 훌륭한 것은 가난하나 시적으로 아름다운 마을과 인파로 북적이는 시내를 사실적으로 잡아낸 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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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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